• 서울에서 원조 떡볶이 맛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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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나도 원조타령, 원조가 난립하는 국민대표간식
    고추장에 졸여도 맛있고, 기름에 볶아도 맛있는 법!


     
    ▲빨간 소스가 흥건한 와중에 가래떡과 어묵, 야채가 풍성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특정 지역이나 동네가 어떤 음식을 정확히 대표하려면 얼마나 유명해야 하는 걸까. 함흥엔 함흥냉면, 평양엔 평양냉면, 부산은 부산오뎅, 아구찜은 마산, 춘천 가서는 닭갈비 등 타의 추종을 절대 허할 수 없는 정도의 경지에 오른 음식처럼 신당동 하면 딱 하나 생각나는 게 있으니 그는 바로 국민 대표간식 떡볶이였다. 또 신당동에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간직한 “며느리도 모른다”는 특제 비법이 깃들어있고, 그 비법으로 만들어진 떡볶이가 어찌나 맛있는지 ‘신당동떡볶이’라는 이름의 과자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서울에는 신당동 특구 외에도 유명한 떡볶이가 제법 있다. 금천교시장의 김정연 할머니 간장떡볶이와 통인시장의 김임옥 할머니의 기름떡볶이까지. 이들 떡볶이는 근래 들어 우리가 알던 ‘고추장스타일’과 차별화된 새로운 스타일의 떡볶이라며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우리나라 떡볶이의 효시나 다름없다. 가장 애초에는 가래떡을 기름이나 간장, 고춧가루 등을 섞어 번철에 말 그대로 ‘볶는’ 스타일이었던 것. 지금 떡볶이가 새빨간 고추장소스에 흥건하게 ‘끓이거나’ ‘졸여낸’ 스타일인 점을 감안하면 꽤 독특한 레시피인 셈.


    맛있는 떡볶이를 위한
    마복림 할머니의 '신의 한수'

    그 옛날 간장베이스의 기름떡볶이가 한 시절을 풍미하던 때, 처음으로 가래떡에 고추장소스를 풀어 지금처럼 냄비에 ‘끓여진’ 상태로 팔기 시작한 분이 계셨다. 그 분은 바로 신당동떡볶이 신화의 창시자인 마복림 할머니이시다. 그러니까 많은 세대가 추억하는 그 붉은 양념의 떡볶이가 실은 오리지널이 아니었고, 또 그 떡볶이는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가 개발해낸 특별한 레시피라는 사실이다. 그 후로 많은 집들이 자기복제를 하듯 마복림 할머니 스타일로 떡볶이를 ‘끓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마복림 할머니는 한국 떡볶이사의 한 획을 그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지금도 할머니가 만들어낸 붉은 떡볶이의 신화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크고 묵직한 냄비에 얇은 가래떡과 어묵, 맥반석 달걀, 라면사리, 쫄면사리, 각종 야채와 함께 담뿍 올라간 붉은 고추장에는 ‘이제는 며느리도 다 알게 된’ 마복림 할머니의 손맛이 숨어 있다.

    처음에 마복림 할머니표 떡볶이가 너무 맵다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할머니의 고민은 어느 날, 아주 우연히 해결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지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가래떡을 집어먹으려다가 실수로 짜장면 그릇에 떨어뜨리고 마는데, 그 떡을 그대로 집어먹어보니 그 맛이 글쎄 그렇게 신통방통할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해서 고추장의 매운 맛을 자연스럽게 잡아준 마법의 재료는 다름 아닌 춘장이 되었다 한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따뜻한 떡볶이로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할머니는 지난 2011년 향년 91세의 나이로 영면에 드셨다. 생전에 고집스럽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익살맞게 ‘며느리도 모른다’던 장맛의 비밀은 아들내외에게 모두 전수해주시고 간듯하다. 지금 마복림 할머니 가게 옆으로는 ‘마복림 할머니 막내아들네’가 버젓이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 추천 맛집
    마복림원조할머니집(02-2232-8930 / 서울 중구 신당동 292-112) : 본문에 계속 출현했던 마복림할머니집. 궁극의 떡볶이 맛이야! 는 아니고, 새빨간 길거리표 고추장 떡볶이의 효시이면서 은근히 중독되는 맛을 보여준다.
    아이러브신당동(02-2232-7872 / 서울 중구 신당동 302-4) : 마복림 표를 자기복제한 가게의 효시라고 할까. 마복림과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아이러브신당동은 메뉴가 더 다양하고 한쪽 구석의 디제이 부스에서는 이따끔씩 디제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추억을 상기시켜 준다.
    원조할머니떡볶이(02-725-4870 / 서울 종로구 통인동 46-41) : 통인시장 기름떡볶이의 원조(?)라고 알려진 집이다. 인근의 ‘효자동옛날떡볶이’와 원조를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듯하다. 문자 그대로 번철에 기름베이스, 고춧가루와 간장 등의 양념을 첨가해 ‘타는 듯’ 볶아주는 떡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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