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해맞이와 해넘이를 보는 순간에 특별한 환희가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해의 얼굴을 맞이했다가 고요히 보내주는 순간의 그 모습이 일종의 의식처럼 성스럽게 느껴진 달까. 게다가 이 해를 바다에서 보는 건 더더욱 경배해 마지않는다. 바다 위에 떠서 해를 지켜본다는 사실이 수사학적으로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의미적으로 얼마나 풍부한 메타포를 지녔는가를, 우리는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알 수 있다.
보라카이는 안 그래도 바다가 참 아름다우니까. 그 엄청난 무기를 이렇게 또 써먹어준다. 바다 위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름다운 바다, 잔잔한 파도 위에서 일렁이는 요트 위에서 일몰에 빠져드는 듯한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아주 특별한 체험이다.
석양이 질 때쯤 돛을 단 선셋 크루즈에 탑승하여 바다를 잔잔하게 적시는 우아한 해넘이를 볼 수 있다는 것. 절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것만 같지 않은가. 분위기를 돈 주고 사는 것이기에 산통 깰 수 있는 엔진소리 마저 없는 무동력 보트로 둥실둥실 떠다니다 보면, 해는 어느새 어스름 바다 속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때 그 순간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말고 집요하게 하늘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상 모든 죄도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