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려진 서울 잠실의 지독하게 매운맛으로 악명 높은(?) 해주냉면이 아니다. 부산 괴정동에서 오직 냉면 하나만으로 50년 넘게 버텨온 제대로 된 노포다. 이름이 왜 해주인고, 그 연원을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보니 6·25 한국전쟁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피난민들이 모여살던 괴정동 희망촌에 정착한 주인이 가게를 열었고, 이름은 고향인 황해도 해주에서 따오게 됐다고. 변변한 먹거리조차 없었던 각박한 시대에 그가 만든 냉면은 희망이자 인생의 봄 같은 맛이었다.
고구마 가루로 만든 함흥식과 메밀가루로 만든 평양식 냉면, 이를 조금 변형시켜 밀가루로만 면을 만들어 먹던 부산식 밀면, 밀비빔 등 4가지 메뉴만을 한결같이 고집해왔다. 또 50년 넘게 연구한 육수 맛은 경지에 이르렀다.
슴슴하지만 한편으로 깊은 맛을 내는 육수가 일품인 평양냉면(일명 물냉)도 맛있지만 이집은 함흥냉면(비냉)으로 승부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과 탄력 있는 면이 만나 뛰어난 식감과 맛을 이끌어낸다. 양념장에 들어간 속재료가 요소요소 잘 버무려져 은근히 숙성된 그 맛은 직접 맛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같은 양념 맛에 부드러운 식감의 면을 원한다면 밀비빔을 주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