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 건물 사이를 헤집고 우뚝 솟아난 붉은 외벽의 건물. 꼭대기에 돋을새김으로 ‘임진각 식당’이라 써두어서 오래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눈에 띈다. 이 4층 건물에서 이집이 차지한 공간은 1층과 2층이다. 1층은 의자가 놓인 서양식 테이블이고 2층은 좌식 테이블이다. 39사단 앞에서 ‘판문점’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아들들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주다가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임진각 식당. 그 손맛의 내공이 자그마치 30년 가까운 세월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불고기와 소국밥, 두 가지로 메뉴 구성은 끝이다. 공깃밥을 따로 주문해야 하는 구조라 메인 메뉴 자리에 공깃밥 하나가 어설프게 낀 것을 제외하면, 정말 단출한 메뉴다. 심플함의 미학이라 해야 하나, 집중과 선택을 전략으로 삼은 맛집의 특별한 전문성이라 해야 하나. 안 그래도 이것저것 고민할 것도, 결정해야 할 것도 많은 인생인데, 밥이라도 좀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을 뿐이다.
육우를 사용하는 소불고기는 언양식으로 석쇠에 구워져 나온다. 정성스럽게 다진 소고기를 달콤한 양념에 재워 참기름 한 방울과 함께 석쇠로 굽는 식인데, 이 집에서 가장 핫한 메뉴다. 함께 나온 싱싱한 상추에 밥과 함께 한입 크기로 올리고 쌈을 싸먹으면 더 맛있다. 하지만 양념 자체가 워낙 강한 공력을 지닌 맛이므로 그냥 먹어도 맛이 좋다. 단, 간이 센 편이기 때문에 밥 없이 먹으면 조금 짠 감이 있다.
냉정하게 말하건대 소국밥은 그냥저냥 평타 수준이다. 고기와 육수가 따로 노는 듯, 전혀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고 국물은 어딘가 심심한 맛이다. 국밥전문점의 맛을 기대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일반 식당의 무난한 국밥 맛을 생각하면 딱 좋다. 어차피 이 집의 메인은 소불고기인데, 굳이 마이너한 메뉴를 주문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