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끄러운 일로 마음이 번잡할 때나 이른 봄,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 리듬과 신진대사가 봄의 자맥질에 곧잘 따라가지 못하고 뻐근할 때에는, 그럴 때에는, 기다렸다는 듯 홀연히 산으로 떠나보자.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곳이 없으니, 부디 아니 오르고 저 ‘뫼(山)’가 높다하지 말자.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산이란 거대한 자연의 장벽을 단번에 가뿐히 넘을 수는 없다. 어쨌든 같은 이름이지만 동네 뒷산처럼 야트막한 언덕배기의 그것이 있는가 하면, 히말라야 고지를 방불케 하는 험한 산도 있으니 말이다. 그저 가볍게 산의 맛을 알고 싶거든, 창원의 천주산에 올라보자. 창원과 마산시, 함안군 칠원면을 품고 산자락을 펼친 이 산의 이름이 ‘천주(天柱)’인 것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괴고 있는 기둥’을 뜻해서란다. 높이가 겨우 640미터밖에 안 되는 자그마한 덩치인 주제에 이름의 기세가 거창하다.
그랬다. 높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했다. 막상 오른 그곳은 그 어떤 산보다도 우뚝 솟아나 있어, 깎아지른 경사와 곳곳에 벼랑을 이룬 곳이 많았다. 산세가 전체적으로 남성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괜한 정복욕이 해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나, 이놈의 체력이 또 저질이다. 쉬엄쉬엄 올라야겠다.
오르는 사이에는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허목의 글씨를 음각한 ‘달천동’이란 글자가 달천계곡 암벽에 새겨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명경지수와 같은 계곡물과 건강한 초목들, 야생화가 수놓은 풍광이 꼭 그림처럼 아름답다. 1시간쯤 지났을까. 연분홍의 울긋불긋한 진달래가 지천에서 꽃 대궐을 이루고 있다. 천주산의 봄은 진달래와 함께 찾아오나보다. 김소월의 시에도 나오는 진달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이란다. 이원수 선생이 지은 ‘고향의 봄’의 창작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니, 그 어떤 산보다 더 민족적인 정서가 짙게 밴 명산 중 명산이다.
Jack's Tip.
1. 천주산 주차장에서 주봉인 용지봉까지는 적당한 쉼과 함께 오르면 1시간 30분 만에 닿을 수 있다.
2. 인근에는 피부병, 잠수병 등에 뛰어난 효험이 있는 마금산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