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몹시 추웠던 한겨울 어느 날, 생애 처음 서울로 상경했던 잭은 터미널 근처를 정처 없이 배회하다가 갤러리아백화점까지 우연찮게 흘러들어갔더랬다.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가 몇 분 안에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을 보고 “우와- 역시 서울은 다른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던 곳, 지인을 만난 후 비로소 잭이 걸어왔던 길이 유명한 ‘청담동 명품거리’였음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청담동 길 전체가 명품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사거리에서 청담 사거리까지 조성된 거리를 일컬어 ‘명품거리’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는 각종 명품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질서정연하게 들어서 있다. 루이비통, 돌체앤가바나, 아르마니, 프라다 등 명품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쳐갈 명품 가게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져 있는 곳.
하필 이 동네에 명품거리가 조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서울의 소비를 책임지고 선도하는 강남의 금싸라기 땅 청담동에는 이런 값비싼 명품도 마치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 계산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 들어서있는 학교는 흔히 알고 있는 학창시절의 익숙한 추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낯이 선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다. 학교 옆 골목길에 문구점이 아닌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가 단독 건물로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이랄까.
거리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해쳐선 안 된다는 듯, 약속이나 한 것처럼 거리 전체는 작위적으로 깨끗했다. 심지어 깊은 골목 안쪽까지, 빠짐없이 청담스타일로 도배되어 있었다. 지극히 서민적인 잭은 박물관이나 전시관 속 풍경을 보는 듯 새롭고 신기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