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빵을 참 맛있게 만드는 국가다. 빵의 발산지가 아닌데도 남의 나라 빵을 가지고 와서 다시 본인들만의 레시피로 더 맛있게 만들어 오리지널보다 더 유명해지기도 한다. 빵은 포르투갈의 카스테라와 프랑스의 바게뜨가 그러하고, 빵은 아니지만 호주의 와규(Wagyu)가 또 그러하다. 참 희한한 나라이다. 모사품을 더 진정성 있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한데 오리지널보다 더 맛있으니 자꾸 찾게 되고, 그게 모두가 엄지 척! 세우는 맛이라서 또 인정하게 된다.
카스테라는 따로 ‘나가사키 카스테라’라는 고유명사가 존재할 정도로 카스테라의 역사를 새로 쓴 빵이다. 기존 서양의 카스테라가 밀가루와 계란의 진한 농도로 목이 턱턱 막힐 정도의 ‘무식한’ 식감을 자랑했던 것에 비해 일본의 카스테라는 어떠한가. 계란 함유량은 그대로 살리고 향도 보존하되, 훨씬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또 속에 뭘 넣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카스테라에도 뭔가 우겨넣기 시작해서 만들어낸 특산품이 바로 대마도의 카스마키다. 우리나라의 단팥빵 등 팥 앙금을 넣고 만든 빵들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건너왔을 정도로 팥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카스테라에도 팥을 넣은 것. 부드러운 카스테라 안에 달콤한 팥 앙금을 넣고 돌돌 말아서 먹음직스럽게 만든 것이 카스마키인데, 이는 에도시대 쓰시마번에서 고안된 것으로 메이지 이후에 일반화됐다.
대마도 안에는 카스마키를 파는 집이 여럿 있는데, 대부분 ‘대마명물 카스마키’라는 투박하고 멋없는 포장지를 사용한다. 허나 그 여러 가게들끼리도 가격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 가격은 한집 건너 한집이 서로 다르니 여기저기 다녀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맛은 지역에 따라 팥 앙금이 지나치게 단 곳도 있으니 주의할 것. 히타카츠에 있는 유명한 제과점이 비교적 단맛이 덜하고 빵이 특별히 부드러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