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마도 이즈하라항구에서 길을 돌아서면 수선사(슈젠지)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키 큰 고목들이 간신히 목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돌담을 높게 쌓아 이어진 길, 끝에 수선사 입구에 현판석이 보인다. 이곳에는 애끓는 조국애를 가슴에 새기며 통탄해하던 최익현 선생의 마지막을 추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다.
일제에 의한 단발령을 거부하며 “내 목을 자를지언정 내 머리는 자를 수 없다”고 외치던 최익현 선생은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전라도 지방에서 의병을 일으키며 일제에 저항했다. 하지만 1906년, 일제에 체포된 선생은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대마도로 끌려오게 된다. 그 후로 심신의 병이 깊어져, 두 번 다시 조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이곳 대마도에서 눈을 감게 된 것. 대마도에 살고 있던 백제 사람이 선생의 시신을 수습하여 이곳 수선사에 나흘간 안치시켰다가 부산으로 이송됐다. 지금의 순국비는 대마도에서 여생을 보냈던 선생의 넋을 기리고자 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