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해풍 머금으며 자란 울릉도 산나물
뭍의 것보다 진한 향취와 맛이 일품
울릉도를 해산물의 천국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반쯤은 사실이고 반쯤은 무지한 오해다. 동해 바다를 끼고 있으나 수심이 워낙 깊어 어종이 다양하지 않고 어획량도 몹시 적은 편이다. 잘 잡히는 것은 오징어와 홍합인데 해역이 청정한 까닭에 두 놈들 모두 맛이 좋다. 그러면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와 홍합, 하나 더 챙겨 호박엿까지 먹고 나면 심심하게 손가락 빨고 앉아있어야 할까. 답은 아니올시다. 관광지를 둘러보고 자연의 품속에서 힐링하는 것이 여행의 정의겠지만, 무엇보다 여행의 참맛은 그 고장에서 ‘특별히’ 맛있는 것을 찾아 먹는 것이다.
오징어는 울릉도 것이 뛰어나긴 하나 동해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것들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호박엿은 호박 함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맛이 예전만 못하다. 이제 남은 건 울릉도 산나물뿐이다, 라고 말하면 흠칫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 섬마을에 웬 나물이냐고? 그건 울릉도 자연환경과 기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울릉도는 위도상 북쪽에 있지만 난류 영향으로 기후가 대체적으로 온화하다.
해서 바닷가 근처와 달리 울릉도의 숲속은 한반도 남녘땅처럼 따뜻하다. 한데 이 따뜻함에서 그쳤다면 다른 뭍에서 나는 것들과 같았을 터. 울릉도는 겨우내 눈이 내리는 고장이다. 차가운 눈을 머금으며, 바다에서 쉴 새 없이 토해내는 해무 속에서 나물은 서서히 그윽한 향을 피워 올린다. 또 봄날의 극명한 일교차를 통해 나물의 속살은 생선처럼 연해진다. 이런 천혜의 환경이 있으니 그 유명한 울릉도 명이를 비롯해 부지깽이, 고사리, 삼나물 등의 고귀한 울릉도 산나물이 자라나는 것이다.
이 귀한 나물을 모아다가 산채비빔밥을 만들어주는 식당들이 많아졌다. 비빔밥의 양식은 다른 고장에서 내는 것과 비슷하다. 흰 쌀밥 위에 울릉도 산나물 대여섯 가지 먹기 좋게 잘라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 그리고 깨 토핑까지 올리면 완성이다. 여기에 디포리로 진한 다시를 우려내 만든 시락국이나 울릉도의 명물인 오징어내장탕 등이 국으로 함께 나온다. 그냥 먹는 것보다는 산나물 향과 맛이 확실히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물 맛이 좋으니 비빔밥이 더 맛있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어디 그 뿐인가. 밑찬으로 함께 나오는 것들도 죄다 울릉도 산나물이다. 여기에 향이 짙은 울릉도 더덕과 명이는 어느 식당이든지간에 필수 반찬으로 나온다. 명이처럼 귀한 녀석들은 뭍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것인데 여기서는 아무 곳에서나 인심 좋게 한 접시 가득 채워 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