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호박엿

  • ▲판매용 호박엿 Ⓒ울릉군청 홈페이지(http://www.ulleung.go.kr/)
        
     
    지금이야 울릉도 하면 호박엿!하고 엄지 척, 내세우는 시대가 됐지만 그 옛날 호박엿의 유래는 사실 호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후박나무로 만든 ‘후박엿’이었다. 울릉도에는 예부터 후박나무가 자생해왔는데, 19세기 초 울릉도 개척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울릉도 땅에서 이주민들이 후박나무 진액과 열매를 이용해 엿으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란다. 그 엿의 형태가 물론 지금처럼 과학적이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단맛을 내는 조청이나 꿀을 섞어 과자처럼 만들어먹었던 점에서 성격은 비슷했던 걸로 보인다. 한데 후박나무를 잘 모르는 타지역 사람들이 후박엿을 얼핏 호박엿으로 듣고 전파하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후박나무가 귀했던 차에 보다 값싸고 물량 확보가 용이한 호박으로 재료를 대체한 것이다.
     
    보통 시중에 울릉도 호박엿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녀석들의 대부분은 호박엿 함유량이 현저히 낮다. 호박엿이라기보다는 그냥 설탕엿, 꿀엿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짝퉁 호박엿인 셈. 한데 울릉도 호박엿은 울릉도산 호박이 30% 이상 함유되어 있어 끈적거리지 않다. 또 씹으면 호박 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치아에도 쉬이 달라붙지 않는다. 보통 엿을 먹을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끈적하게 이에 들러붙는 불쾌한 식감인데, 이게 심할수록 호박 함유량이 낮다고 보면 된다.
     
    호박 함유량이 높다는 사실은 달달한 늙은 호박으로 자연적인 단맛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했으므로 과한 단맛이 느껴지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여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커다란 파우치 포장 한 봉도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전통 호박엿의 맛을 고수하는 집들은 대개 호박엿을 절단하지 않고 커다란 덩어리로 파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호박엿이 오리지널리티를 충실히 구현했고 소비가치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허나 엿이란 것은 자고로 사탕처럼 한 개씩 까먹고 주위에 앉은 지인들에게도 서너 개씩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은가. 선물용으로는 낱개 개별 포장된 것을 사고 본인이 소장해서 먹을 것은 덩어리째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호박엿을 고를 때는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은 기준 아래서 최대한 제조일자와 멀어진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조일자가 최근일수록 신선하고 좋은 상품이라는 기준이 울릉도 호박엿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 호박엿은 오래될수록 호박 본연의 맛과 향이 강해지므로, 잘 숙성된 장이나 술을 고르듯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쓴 엿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tip. 요즘에는 호박엿의 호박 함량이 성에 안차 호박빵을 사가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호박을 엿보다 훨씬 많이 담뿍 넣은, 황금 빛깔의 맛 좋은 빵이다. 생김새는 경주 황남빵처럼 부드럽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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