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오징어

  • ▲덕장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Copyright ⓒ울릉군청 홈페이지(http://www.ulleung.go.kr/)
    울릉도로 들어가는 관문인 도동항에 첫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바람을 타고 온 큼큼하면서도 비릿한 오징어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그리고 “오징어를 사면 뭐하겠노, 싱싱한 놈은 회로도 떠묵고 쪼매 맛이 덜 든거는 끓여 묵고 맵싹하게 볶아도 묵고, 순대로도 해묵고, 그것도 질리믄 꾸덕하게 말 리가 맥주 안주로 묵제. 오징어는 버릴 데가 엄따.” 하는 아낙의 말도 들려온다. “울릉도 오징어는 딴데랑은 아에 맛이 틀리다. 하나도 안 질기고 참치처럼 부들부들해서 쫌만 오물거려도 목구멍으로 금방 넘어간다이가. 이가 성치 못해도 울릉도 오징어는 다 씹을 수 있다. 비리지도 안코 품질로는 전국 최고아이가. 하나 잡숴봐!” 하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다. 울릉도 오징어는 전국 최고다. 동해의 깊고 맑은 바다에서 건져낸 울릉도 오징어는 다른 지역에서 잡은 오징어보다 훨씬 육질이 두껍고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맛이 난다. 하여 도동항에는 살아서 펄떡이는 산오징어부터 시작해, 덕장에 걸려 말리고 있는 놈, 꼬챙이에 꿰인 채 상품으로 팔리는 건오징어 등 오징어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오징어의 제철은 보통 9월 이후부터라 하지만 초여름에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먹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직 덜 자란 어린 오징어의 야들야들한 식감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여름철에 오징어가 제철이 아닌 이유는 오징어가 아직 미성숙했고 그 양도 한정적이서 시장에서 흔히 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 오징어 값은 아주 비싸지만, 맛은 오히려 다 자라 몸집이 큰 오징어보다 훨씬 부드럽다. 꼬들거리며 더 오래 씹는 맛을 즐기는 이들은 진짜 제철에 먹는 것이 좋고, 부들부들 싱싱한 맛을 즐기는 이들은 초여름에 먹는 것이 좋다. 마치 여름이 제철인 노지 딸기보다 겨울철에 출하하는 비싼 하우스 딸기의 당도가 훨씬 높은 이치 같은 거랄까.
    짬뽕, 해물전, 불고기, 순대, 덮밥 등 오징어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지만 오징어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제대로 즐기려면 회로 먹는 것이 좋다. 산오징어회는 오징어를 가장 ‘라이브하게’ 맛볼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 원시적인 방법이다. 기호에 맞게 깻잎이나 상추를 펴들고 채 썬 오징어를 한 줌 올리고, 코리안 스타일로 된장과 마늘, 고추, 부추 등을 양껏 집어넣고 초고추장 한 숟갈 떠올려 쌈으로 싸먹는 것이다. 여기서 오징어의 참맛을 느끼려면 초고추장은 될 수 있는 대로 조금만 넣는 것이 좋다.

    ▲판매용 건조오징어 Ⓒ울릉군청 홈페이지(http://www.ulleung.go.kr/)
    선물용으로는 잘 마른 건조오징어를 주로 많이 사가는 편이다. 이동과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착하기 때문. 그런데 건조오징어가 값도 싸고 물량도 많아 기껏 해야 맥주 안주밖에 더하겠나, 라는 저평가를 받는 일이 많은데 건조오징어의 위력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다. 피로 해소 효과가 있는 타우린이 오징어 100g당 300mg 이상 함유되어 있으며, 건조오징어 표면에 묻어 있는 흰 가루가 바로 타우린 덩어리란 사실!
    옛날에는 울릉도 오징어가 아무리 좋아도 뭍으로 가져가려면 꾸덕하게 잘 마른 건조오징어가 전부였다. 허나 기술과 운송수단이 발전한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못하는 것이 없다. 생오징어의 선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육지까지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과학적인(?) 포장을 해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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