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싱한 홍합에서 우러나오는 웅숭깊은 맛, 홍..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싱싱한 울릉도 홍합
    맛이 기똥찬 홍합밥 한 술 떠보이소!
     

    울릉도의 명물 중 홍합밥이란 것이 있다. 하얀 쌀 위에 조각 낸 홍합 살을 올리고 단출한 양념을 보태어 밥을 짓는 것인데, 울릉도 홍합 맛이 워낙 좋아 다른 지방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울릉도의 홍합은 뭍의 것에 비하자면 씨알부터가 남다르다. 해역의 수심이 원체 깊어 얕은 물에 서식하는 콩알만한 홍합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사람 얼굴만 한 홍합이 깊은 바닷 속에서 껍데기에 해초와 바다 생물을 덕지덕지 붙인 채 살아가고 있다. 수심 20m 바닷 속에 딱 붙어 옹골지게 살아보려던 녀석을 해녀 할머니가 잡아 올린다. 이제 맛있게 먹을 일만 남았구나!
     
    본래 홍합밥의 유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시작됐다. 여름철이면 동네 사람들이 지천에 널린 바닷가로 물놀이를 가곤 했는데, 먹거리가 변변찮은 울릉도에선 집에서 아예 모든걸 준비해가곤 했다. 한데 놀이 길에 오르는데 짐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니 작은 솥과 쌀만 챙겨갔다. 바닷가에서 쌀을 씻어 안치고 물에 들어가 널려있는 커다란 홍합 몇 개를 따오면 그만이었다. 지금이야 큰놈을 잡으려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물이 좋았던 옛날에는 얕은 곳에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밥을 짓는 동안 물속에서 놀다가 출출하면 올라와 맛있게 지어진 홍합밥을 퍼먹었던 것. 짭조름한 홍합에서 나온 물이 자연스레 밑간이 되고, 쫄깃한 홍합 살이 씹히니 반찬이 따로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물놀이 후 축 처진 몸 안으로 우겨넣는 홍합밥은 그야말로 ‘궁극의 맛’이 아녔을까.
     
    홍합밥은 차림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고 맛과 영양까지 좋으니 점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외지 관광객들이 부러 많이 찾아와 먹었다. 반응이 좋으니 이들을 상대로 현지인들이 하나 둘 식당을 개업해, 하나같이 홍합밥을 팔기 시작했다. 비슷한 레시피에 조개류만 바꾼 따개비밥 같은 것들도 실은 홍합밥에서 파생된 것. 그래서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모든 길목에 들어선 크고 작은 식당에 한결 같이 들어있는 메뉴는 홍합밥이 됐다.
      

    ▲통통한 홍합살이 올라가있어 더욱 먹음직스럽다. Copyright ⓒ누룽지 http://blog.naver.com/wonderfood
      
     
    일반적인 레시피는 찹쌀과 멥쌀과 잘게 썬 빨간 홍합, 양념으로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안친다. 홍합의 질과 양도 뭍의 것처럼 쪼잔하거나 야박하지 않다. 실한 놈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모양새가 꼭 빵 속에 든 건포도 같기도 하다. 허나 김가루를 반드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뉜다. 조미김가루는 오래된 기름과 소금, 설탕 범벅으로 그 맛이 아주 자극적이다. 이런 것이 홍합밥 위를 뒤덮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향긋한 홍합 향을 집어삼키는 악덕 조미료가 아니겠는가. 여기에 함께 나온 간장양념장까지 끼얹어 쓱싹 비벼먹는 사람들, 그러면서 “바다 향이 입 속에 밀려온다”는 뻥은 거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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