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변화무쌍한 상권에도 굴하지 않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집이다. 노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강남에서 이 정도 가게라면 당당히 노포 대열에 오를 수 있다. 노포는 일단 기본적으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견뎌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신뢰가 간다. 식당은 맛없으면 금세 망하는 법인데, 오랜 시간 문 닫지 않고 버텨왔다는 건 그만큼 그 맛을 믿고 찾아와준 손님이 있었다는 뜻일 테니까.
돈까스와 우동 15가지 정도를 팔고 있는데 이집에서 제일 유명한 건 냉우동과 가츠동이니 역시 그걸로 주문해본다. 하얀 그릇을 담뿍하게 채우고 있는 우동은 일단 비주얼 합격점이다. 우동치고는 흔치 않게 토핑이 풍성했는데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무순, 계란, 새우, 오이채, 맛살, 토마토 2조각. 신선로를 보는 듯 화려한 비주얼이다. 노랑과 빨강, 초록의 건강한 색감을 보니 벌써부터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국물을 먼저 한 모금, 육수 베이스는 대개 그렇듯 가쓰오부시. 조금 짠 편인데 이는 우동의 본고장인 일본 우동 자체가 짜니까 패스하기로. 짜워도 맛이 좋으니까 용서가 된다. 다음은 면 시식, 면 식감이 꽤 훌륭하다. 일본의 그것에 비할 수는 없지만 얼추 흉내라도 잘 낸 맛이랄까. 이 정도 가격대에 이만큼의 면을 제공해주는데 더 이상 디스하면 안 된다.
잭은 일본에서 우동 장인이 한 줄 한 줄 섬세하게 면을 뽑고, 과격하게 씻어내고 한 줄 한 줄 맛보는 과정을 지켜봤기에 우동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는 편이다. 나름 우동 맛집을 많이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아소산도 괜찮은 축이다. 가성비로 치자면 거의 최고가 아닐까. 단, 냉우동 못잖게 유명하다는 가츠동은 체인점에서 파는 것처럼 평이한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