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절경과 조선소의 화려한 야경으로 기억되는 거제도에는 가슴 아픈 한국 현대사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 이름부터 가슴이 서걱거리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한국전쟁 당시 엄청난 수의 피난민과 전쟁포로가 수용되었던 포로수용소는 본래 아픈 기억을 떨치듯 옛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하지만 취사선택에 의해 구분된다면 그때부터 역사는 당위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포로수용소는 당시의 현장을 생생히 재현하면서 역사를 복기시켰다.
포로수용소 안에서도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사이의 유혈살상이 빈발했고, 수용소 소장이었던 미군 토드 준장이 납치되는 등 냉전시대 이념 갈등이 그대로 표출되기도 했다. 휴전 협정 전까지 3년간 유지됐던 포로수용소는 현재 경비소 집무실과 보급창고 일부 건물만 남아 당시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현재는 막사와 의복, 당시의 생활상까지 모형으로 제작해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그밖에 전쟁 발발에서 휴전까지의 과정을 기록물과 사진, 영상, 모형을 통해 전시하고 있다.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배경이 됐던 흥남철수작전 기념탑도 굳건히 세워져 있으며,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난민들의 모습도 모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관람로를 따라 공원으로 깊이 들어설수록 어두운 표정의 포로들이 늘어만 가는데, 이를 보는 객들의 마음도 씁쓸해진다. 나무판자를 덧댄 사이로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수염 거뭇한 사내의 얼굴, 오물통이 멋대로 바닥에 나뒹구는 처참한 모습까지 어둡고 습한 역사는 공원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