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비원은 거제 둔덕면 산방산 자락에 숨겨진 비밀의 화원이다. 규모만 자그마치 3만 여평에 달하니 화원이라는 말은 무리일 수도 있겠다. 수목원 크기인데 어디를 둘러봐도 수목원 같은 구석이 없다. 일단 일반 수목원은 지형을 깎아 가능한 평지를 많이 조성하기 마련인데 산방산 비원은 자연적 지형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구조 전체가 꼭 산에 와있는 것처럼 가파르다.
산방산 비원은 산기슭의 황폐한 다랑이 논에 세워졌는데, 논 형태를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계단이 무척 많다. 계단 옆 곳곳에는 야생화가 수런수런 피어나 있어 이 꽃들을 보며 걷는 즐거움이 크다. 꽃들의 얼굴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낯이 선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모두 김덕훈 원장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고. 중국 무안에서 꽃씨를 옮겨다 심은 수련과 수국, 꽃창포, 만병초, 복수초, 황금동백, 물양귀비 등 1천여 종의 형형색색 야생화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식물들도 잘 보존되고 있어, 가히 수목의 천국이라 할만하다.
작은 나무토막들을 뿌리거나 자갈을 깔아둔 산책로는 폭신한 스폰지 같아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다. 곳곳에 설치된 원두막과 흔들의자는 방문자들에게 든든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흐르는 계곡 물을 이용해 만든 폭포와 몇 개의 분수도 여름철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고마운 것들. 따로 공간을 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의 능선 따라 흐르듯 이곳저곳 둘러보면 된다.
Jack's Tip.
비원 중턱에 자리한 식당에서 멸치 다시로 육수를 낸 물국수와 비빔국수를 먹어볼 것. 자연과 벗하며 먹는 그 맛이 환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