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남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갈곶(乫串) 하나, 그 끝에서 툭 떨어져 나간 듯한 한 덩어리의 돌섬이 바로 그 유명한 해금강(海金剛)이다. 처음 듣는 이는 무슨 강(江)의 이름인가 싶지만, 그 강이 아니고 ‘굳세다’ ‘굳다’라는 뜻의 ‘강(剛)’이다. 바다 위에 떠있는 금강산이라는 뜻, 어떤 모습이기에 이토록 대단한 의미 부여를 했던 것일까.
바다 한가운데 떠있으므로 부득이, 배를 타야만 볼 수 있는데 작은 쪽배를 타고 조금만 가다보면 곧바로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만날 수 있다. 층층이 깎여나간 다양한 형태의 절벽과 신비로운 빛깔들. 수만 년의 세월을 파도와 씨름하며 버텨오다 보니, 겉으론 꽤 험준한 얼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신비로운 매력을 갖췄다. 가까이서 보면 시커먼 바위가 멀리서 바라보면 무지개빛으로 보이는 것도 그 매력 중 하나. 바위에 둘러진 총천연색의 채벽은 때로 급하게 솟구치다가 어떤 지점에서는 부드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양새였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한국을 떠돌아다니던 서불이 해금강 경치에 반해, 바위에 그 흔적을 새긴 것이 ‘서불과차’. ‘서불이 이곳을 지나다’라는 뜻인데, 전국적으로 서불과차가 새겨진 곳은 꽤 많다. 불로초를 구하려 이리저리 헤맨 모양인데, 해금강 역시 예부터 진귀한 약초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런 듯하다.
해금강의 정상인 우제봉에 도달하면 눈앞으로는 바다의 품에 안긴 해금강의 절경이요, 작은 사자바위는 한 손에 잡힐 듯 가득 차오른다. 하얀 포말 일으키며 바닷길을 가르는 유람선에도 작은 손 인사를 보내고 조심스레 소원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