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김해 김씨의 시조 수로왕이 158세의 일기로 영면에 든 곳, 바로 이곳 수로왕릉이다. 서기 42년 음력 3월 3일, 하늘에서 내려온 여섯 개의 알 중 맨 처음 나왔다 하여 ‘수로’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3월 15일에 즉위하여 가락국을 건국하였고 서기 199년 3월 20일에 세상을 떠나 이곳에 묻힌 것이다.
달리 ‘납릉(納陵)’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왕릉과 제사 건물, 관리 건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내는 왕릉을 비롯, 당루와 누각 등이 27개 세워져 있고 한 중심에 봉분이 얹혀 진 모양새로 누워있다. 여름이면 싱그러운 연두 빛으로 물들었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빛바랜 황토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납릉 앞에는 능비와 상석, 문무인석, 마양호석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놓여 있다. 영혼만 남았을 수로왕을 보위하듯 늠름한 모습이다.
왕릉 바로 옆으로 4줄 정도로 쌓은 낮은 키의 돌담 너머, 숭선전이 보인다. 사방의 허공을 향해 구부러진 가지를 이리저리 뻗고 선 노송보다 작은 키의 전각. 수로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있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의 자손들이 대손만대로 기도를 올리는 신비로운 곳이기도 하다. 또 근래 지어진 건물에서 가야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지만, 조선시대 때 지어진 납릉 정문과 숭선전에는 가야와 관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유타국과 관련된 마주보고 있는 물고기 두 마리 그림이 그것이며, 숭선전 외벽에는 수로왕천강도와 허왕후도래도가, 왕릉의 중수 기념비에는 태양문양이 새겨져 있다.
경주의 고분들처럼 수로왕릉 역시 주변이 시가지로 개발되어, 초연하거나 시간이 단절된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입구를 넘어서면서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위엄에, 절로 고개를 떨구게 된다.
Jack's Tip.
수로왕릉 바로 옆에는 수릉원이라는 산책로가 있어 가볍게 산보하기 좋다. 산책로마다 수로왕과 허왕후라는 이름을 붙여 나름의 테마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