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비와 쌈밥 정식이 유명한 경주에는 내로라하는 소문난 맛집들이 많다. 소문에 이끌려 일부러 찾으면 내가 속은 건지, 입맛이 보편적이지 못한 건지. 그런 회의감이 종종 들곤 했다. 유수정도 아주 유명한 맛집 중 하나였고, 인터넷을 통한 객들의 평이 넘쳐나 조금 경계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난방 잘되는 뜨끈한 바닥에 퍼질러 앉아 밥 한 술 뜨는 순간, 경계는 눈 녹듯 사라지고 오히려 무장해제된 입맛에 척척 감기기까지 했으니.
돌과 황토를 바른 건물 외벽, 그 위에는 오래된 기왓장이 고른 치열처럼 가지런히 놓여있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흔적이 곳곳에 가득하다. 차와 정식을 판매한다는 간판의 글귀처럼 따뜻한 방갈로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때로 운치 있는 민속 카페가 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두 채인데 각각 신관과 별관으로 나눠져 있다. 신관에 들어서면 홀로 들어가기에 앞서 자갈이 깔린 마루를 만날 수 있는데, 실내와 실외의 절반 정도 되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쌈밥정식과 영양돌솥 석쇠정식인데, 누구나 무난하게 먹는 쪽은 쌈밥정식이다. 가격도 9천원으로 영양돌솥 석쇠정식보다 4천원 더 착하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뉴얼대로 곁반찬이 척척 깔린다. 나뭇결 모양의 시트지가 깔린 테이블(얼핏 원목으로 착각할 뻔) 위로 도토리묵무침, 김치콩비지, 된장찌개, 잡채 등이 기타 나물류, 기본 반찬과 함께 세팅된다. 이 진수성찬의 메인은 단연 석쇠 불고기. 숯향이 은은하게 밴 불고기는 기름기가 쭉 빠져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불고기는 그냥 백반과 함께 먹어도 맛이 좋지만, 함께 나온 싱싱한 채소와 쌈으로 싸먹으면 더 깊은 맛이 난다. 건강상으로도 채소와 어우러지는 고기 맛이 더 좋을 테니, 조화를 이뤄 먹는 편이 좋을 것 같다.
Jack's Tip.
신관 안에는 오래된 엘피판이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진귀한 풍경이 보인다. 사장님의 전리품쯤으로 보이는 것들이 곳곳에 많이 숨어 있어, 그 시절을 이해한 사람에게는 색다른 재미가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