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석궁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 59
오시는길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일반버스 10번, 11번 또는 좌석버스 100번 승차 후 월성동사무소 하차
한줄정보
영업시간 11시30분~21시(break time:15시30~17시) / 예산 4~7만원 / 대표메뉴 계림정식 / 주차장 有 / 명절휴무
상세설명
경주에는 한정식집이 많다. 골목 건너 한 집씩 들어서 있을 정도로, 대놓고 많은 편이다. 여러 시대를 관통하면서 전통 깃든 시간을 유적처럼 쌓아와서일까. 선비의 고장 안동과 함께 한옥의 정취를 여직 훌륭하게 간직하고 있어서일까. 그래서 경주에 가면 이름값 한다는 한정식 집 가서 밥을 먹어보란 말을 꽤 많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깊은 역사를 간직한 ‘요석궁’이라는 집을 추천 받아 찾아가봤다.

한자로 갈겨쓴 현판목이 처마 밑에 걸려있고 그 위로 가지런히 놓인 기왓장.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는 집이다. 들어서니 커다란 구렁이 몇 마리가 얽힌 듯 이리저리 몸을 구부리고 들어선 장송들이 마당을 지키고 있다. 상당한 고목이다. 감히 세월의 깊이를 가늠해보며 발을 내딛는데, 가만 보니 집이 굉장히 크다. 한눈으로 미처 둘러볼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 마치 하나의 마을을 형성한 듯 했다. 그렇다, 애초에 이곳은 식당이 아니라 고택이었다.

이 집은 바로, 중요민속자료 제27호, 조선 말엽부터 300여 년간 엄청난 부를 대물림한 최부자집이다. 최부자집의 전통 가정식의 차림과 맛이 뛰어났다고 하는데, 그 특별한 레시피를 후대에까지 물려받고 계승하여 경주를 대표하는 맛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는 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숨겨주기도 했다니, 그 주인네의 성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는 바다.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고 주변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집안의 가훈을 보면 완전히 답이 나온다. 뛰어난 명망가였으며 그 어짊과 덕 때문에 사람들이 칭송했던 까닭으로 9대에 걸친 진사 배출, 12대까지 만석꾼을 유지했던 것.

주인을 닮았는지 고택 전체에 기품이 넘실거린다.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나무와 창호지가 전부다. 따스하고 다정다감한 느낌, 통일성과 안정감, 한옥의 정취를 그대로 살렸다. 물론 그 옛날로부터 지금까지 오롯이 지켜져 온 것은 없겠지만, 또 손대지 않았다한들 그 훼손은 달리 막지 못했으리라. 후손들의 계승과 복원이 현명했다.

집에 대한 설명이 길었다. 워낙 아름다운 고택이라 집 자체도 하나의 볼거리니 공간을 좀 할애했다. 음식으로 넘어가자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될 거다. 하지만 그마저도 서울의 것에 비하면 착한 가격이고 또, 이런 데서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분위기를 샀다’는 말을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상차림이 일반 한정식점과는 많이 다르다. 시중 식당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진귀한 메뉴를 위주로 구성되어 젓가락 갈 만한 곳이 아주 많다. 맛은 깔끔하고 넘침이 없다.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 모양인지, 다 먹고 나도 입안이 개운하다.

거하게 먹고 난 후 상을 물린다. 든든한 포만감, 집밥 이상의 정성을 맛본 느낌이다. '과객대접을 후하게 하라'는 최부자의 철학이 요석궁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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