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인근에는 유독 맛집들이 밀집해 있다. 경주 하면 또 불국사니, 절 근처에 자리 잡은 황금 입지를 가리켜 ‘절세권’이라 칭해야 할듯하다. 그 정도로 손꼽는 맛집이 우르르 몰려 있는데 초당400년순두부도 그 대열 중 하나였다. 기다란 노란 입간판이 배고픈 영혼들 혹은 뛰어난 미식가와 식도락을 유혹하고 있었다.
황토를 바른 외벽에 어김없이 올라간 기왓장. 톨게이트부터 하늘로 날아갈 듯한 버선발 모양의 기왓장으로 객을 반기는 경주에서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풍경이다. 입구에는 잭이 어렸을 적 수학여행을 갈 때면 늘 사오곤 했던 ‘추억의 나무패’가 서있다. 새하얀 글씨로 새겨진 가게 이름, 조악한 면이 있는 글씨체가 정겹다. 밥맛도 꼭 이만큼 정겹지 않을까.
다양한 식사류와 요리류를 취급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맛순두부, 초당순두부와 들깨순두부, 멍게비빔밥과 멍게부추전이 이 집의 백미 중 백미이다. 두부 특유의 몽글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들깨순두부를, 그동안 한국에서 순두부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통속적인 칼칼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맛순두부를 시키면 된다. 아, 순두부만 자작한 물과 함께 끓여내 간장에 찍어먹는 초당순두부도 별미로 먹을 만하다.
하지만 어떤 순두부를 시켜도 푸짐한 상차림엔 변함이 없다. 가자미구이와 손두부, 김치 등과 함께 담백한 나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머릿수에 맞춰 떡갈비도 나온다. 서비스도 이런 고급 서비스가 따로 없다. 고로 다른 반찬과 달리, 떡갈비는 리필이 불가능하다. 맛이 괜찮다면 추가 주문(100그램에 4천원)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