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주를 두고 ‘볼 건 많으나 먹을 건 별로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경주에도 분명 맛집들이 많은데 이런 이야기가 도는 건 아마, 경주가 전라도나 경상도 음식의 그것처럼 딱히 뚜렷하게 특화된 먹거리가 없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경주의 많은 문화재만큼이나 유명한 음식이 있으니, 바로 ‘황남빵’이 되겠다.
처음엔 대부분 이름을 듣고 난 후 경주빵이 아니고 왜 특별히 황남빵이어야 했을까, 하며 유래에 대해 궁금해 한다. 1939년 최초 개발자 최영화 씨가 황남동에서 이 빵을 만들어 팔시 시작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거창한 뜻이 숨어있을 줄 알았는데, 동네 이름을 따왔다니 그 단순함이 놀랍다. 최영화 씨는 95년 작고했고, 지금은 그 둘째아들과 손자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혈육이 빵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온전히 전수받아 74년째 한결 같은 맛을 내고 있는 것이 인기비결이 아닐까.
경주 관광에는 비수기가 없다는 말을 이 집에서 실감한다. 늘 손님들로 북적거려, 빵 하나 건네받는데 몇 십 분에서 오래는 세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최종적으로 빵을 받아갈 시간보다 미리 가서 주문을 해놓고 근처 관광지를 좀 둘러보다 오는 경우가 많다. 길지 않은 웨이팅일 때는 안에 모인 장인들이 즉석에서 황남빵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는 쪽도 꽤 흥미롭다. 산처럼 쌓은 팥소를 반죽에 쑥 집어넣고 빚어내는 일련의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긴 기다림 끝에,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한 황남빵 상자를 건네받는다. 그 자리에서 두어 개 먹어보는 것은 필수. 식어도 맛이 좋지만 따뜻할 때 먹는 황남빵 맛은 직접 샀을 때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Jack's Tip.
홈페이지(http://www.hwangnam.co.kr/)나 전화(054-749-7000) 주문이 가능하다. 황남빵은 당일 만든 빵을 바로 택배로 포장해서 보내기 때문에, 2시 이전에 결제를 완료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