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 교리김밥은 서울의 마약김밥, 통영 충무김밥과 함께 전국 3대 김밥 대열에 이름을 올린 명품 김밥이다. 충무김밥은 김에 밥만 대충 말아서 오뎅무침과 무김치를 곁들여먹는 것이고 주산지는 아마도 통영일 것. 마약김밥도 김에 밥, 단무지와 당근만 넣고 말아서 비법이 담긴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리김밥은 무엇일까.
골목 앞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모습, 최초의 줄을 따라가 보니 작은 규모의 가게다. 1인1식제를 금기처럼 붙여놓은 문구를 보니 장사 잘 되는 집만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늘어진 줄과 까다로운 주인의 요구사항에도 얌전한 양처럼 모두 수긍하는 걸까.
반들반들하게 기름옷을 입은 자태의 김밥을 좋아하는 잭. 손톱만큼의 기름도 없이 윤기를 잃은 김을 보고 일단 한차례 실망한다. 그렇다면 그 속은 어떤 모습일까. 한눈에 봐도 노란빛이 가득한 것이 계란 지단이 좀 더 들어갔나 싶었는데, 그 정도가 아니라 3분의 2가 계란이다. 나머지 3분의 1을 햄과 당근, 오이와 우엉, 단무지가 간신히 채우고 있다. 지단뿐 아니라 모든 속재료가 얇게 썰렸다. 따라서 비주얼 자체가 화려하다거나 딱히 ‘보기 좋은 떡’은 아니다.
먹어보니 과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탈만 한 맛이다. 얇게 썬 계란 지단을 따뜻하게 포개어놓는 것이 이 집의 주요 공력인 것 같은데, 굉장히 성공적인 맛이다. 적당한 간이 밴 계란의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을 감싸고 끝맛이 조금 심심해지려는 찰나에, 새콤한 단무지와 짭조름한 우엉이 씹힌다. 역시 명품 김밥이라 함은 최소한의 재료를 가지고 최대한의 맛을 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