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횟집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141-2
오시는길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50번 승차, 내남사거리 정류장에서 154번 승차 후 양남종점에서 하차하시면 됩니다.
한줄정보
영업시간 9시~23시 / 예산 1~2만원 / 대표메뉴 모둠회 / 주차장 無 / 부정기적 휴무
상세설명
경주에서 울산으로 넘어가는 길목, 동해의 시원한 해풍이 넘나드는 마을 양남면 수렴리에는 작은 항구가 하나 들어서 있다. 매일 새벽같이 출항하는 고기잡이 쪽배부터 대형 어선까지 한 가득 만선의 꿈을 실어 나르면, 바쁘게 좋은 물건을 가져다 쓰는 집들. 골목골목마다 자리를 튼 식당이며 횟집들이 그렇다.

이번에 갈 집, 골목에 들어서 있다고 이름이 진짜 골목횟집이다. 거참, 이름 한번 솔직 담백하다. 골목도 큰 골목 입구에서 바로 떡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몇 발짝은 더 들어가야 나온다. 그래서 손들이 쉬이 찾지 못할까봐 어느 정도 미리 앞에서부터 큰 간판으로 안내를 해준다. 이 집의 친절함은 딱 여기까지다. 그곳에 당도하면 더 이상의 친절함을 기대해선 안 된다. 어디서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밀려드는 손님들이 집밖에 까지 긴 줄로 늘어져, 주인은 그냥저냥 오겠거니 가겠거니 하고 만다. 그러니 내 발로 알아서 빈자리 찾아 착석!

가게의 이름에서도 느꼈듯 가게의 전체적인 느낌이나 차림표 스타일, 상차림이 단출하고 투박하기 짝이 없다. 인테리어랄 것도 없는 평범한 가정집에 네댓 가지 간신히 맞춘 차림표, 그마저 모둠회가 매출의 80프로 이상을 책임진다고. 막상 시켜보면 이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상차림에 또 한 번 놀란다. 하늘색 소쿠리에 어떤 데코도 없이 급하게 주워 담은 모양 좀 봐라. 플레이팅이니 프레젠테이션이니 하는 낭만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의 실망어린 한숨 소리 여기까지 들려온다. 그마저 광어, 우럭, 농어, 오징어 따위가 한데 뒤섞여 있는 잡어雜魚의 운명이다.

곁반찬도 아주 무성의하다. 쌈장과 와사비 종지, 역시 소쿠리에 담긴 채소, 그리고 이 집의 히든카드라는 얇게 썬 무채. 당근과 콩고물이 고명처럼 뿌려져 있는 이 순백의 무채에다가 함께 딸려온 초고추장을 마구 투척해서 비벼줘야 한다.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무의 식감이 더해졌기 때문에 회 맛을 십분 살려준다. 에피타이져 개념으로 먼저 몇 입 먹어보면 입맛이 슬슬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 회의 선도는 말해 무엇하랴. 그 날 잡아온 고기를 당일치기 횟감으로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바다내음이 그대로 묻어날 정도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맛집이 존재한다. 맛도 있고 넘치는 살가움과 친절함을 곁들인 곳, 맛은 끝내주지만 강력한 불친절과 무관심으로 이제나 저제나 테이블 회전율만 고민하는 집. 이 집은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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