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관광명소 해운대를 경주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감포항 근처 감포수협 왼쪽 골목 귀퉁이에 자리한 ‘해운대회식당’. 부산이 과연 바다의 도시, 해산물의 도시로 이름깨나 알려져 있긴 한가 보다. 아구요리 30년이라는 장구한 연혁을 밝힌 낡은 간판에 적힌 ‘경주 바다의 멋’에도 불구하고, 해운대가 떡하니 자리한 것을 보면.
식당 입구에서 날개를 활짝 편 파라솔이 보이고 그 아래서 나이든 노모는 얼굴에 넉넉한 웃음꽃을 활짝 피운 채 무언갈 기다리고 계신다. 그것은 바로 백고동 구이, 노모의 무릎 아래서 고소한 향을 풍기며 익어가고 있는 백고동이 보인다. 열로 뜨겁데 달궈진 자갈돌들이 커다란 판을 가득 채우며 불길에 먼저 구워지고 있다. 백고동은 그 위를 잠식하듯 늘어져 있으니, 구워지는 것은 아니고 제몸을 희생해가며 뜨겁게 구워진 돌의 열꽃으로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은근한 여유로 알맞게 익은 백고동의 맛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갈 법하다. 알고 봤더니 이 집의 인기메뉴다.
백고동구이 한 접시와 초고추장 한 종지가 테이블에 놓인다. 에피타이져로 이만한 게 없다. 간혹 너무 바짝 익어 본연의 수분을 모두 빼앗겨 건조한 맛을 내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촉촉하니 알맞게 익어줬다. 식감은 꼬들꼬들하고 탄력 있는 속살이 씹는 맛을 배가시킨다. 초고추장을 고동의 끄트머리 부분만 살짝 닿일 듯 말 듯 찍어준다. 너무 푹 담그면 그 강한 산미의 자극이 고동 특유의 맛과 식감을 모두 은폐시켜버릴 테니.
이 집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또 다른 메뉴, 아구탕을 주문한다. 멸치조림, 묵은지, 나물 등의 간단한 찬과 함께 한 그릇 가득 담긴 아구탕이 나온다. 맑은 국물에 속살을 푹 담근 새하얀 아구살이 보인다. 그 곁을 장식하고 있는 무와 콩나물, 푸른 야채들은 데코의 기능을 넘어 국물의 깊은 맛에 일조한다.
세상에, 국물이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전날 과음으로 속상하신 우리네 아버님들, 그리고 저마다 삶이 고달픈 직장인들이 회포 푼 다음날 해장으로 딱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