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횟집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감포리 492-2
오시는길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0번 승차 후, 감포정류소에서 하차해 약 32미터 정도 걸으시면 됩니다.
한줄정보
영업시간 08시~20시30분 / 예산 1만~2만원 / 대표메뉴 복어탕,물회 / 주차장 有 / 연중무휴
상세설명
순수 내륙지방일 거란 오해를 받고 있는 경주에도 동해바다와 포구를 끼고 있는 어항마을이 있다. 흔히 경주의 별미로 알고 있는 떡갈비, 한정식 등도 경주 전체의 맛집이라기보단 보문단지와 불국사지구 등 내륙 중심에 한정된 것이다. 감포항 쪽으로 나가면 부산과 다름없이 횟집이 지천에 널린다. 따라서 경주의 맛집 지형은 한정식과 수산물 요리로 나눌 수 있다는 말. 감포읍과 문무대왕릉 쪽을 아우르는 횟집들 중 복 요리 하나로 일대를 주름잡은 곳이 있으니, 바로 은정횟집 되겠다.

감포항에 접어들어 수협어판장 맞은 편에 ‘은정횟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인 가게 두 곳이 있다. 두 집 모두 손님들로 북새통, ‘그 집이 그 집’인 모양이다.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이름, 동일한 디자인의 간판, 그리고 30년 외길 복어 인생을 걸어온 주인과 가게의 연혁 등으로 보아서 같은 집이다. 맛집들은 대부분 이렇다. 처음부터 덩치를 괴물처럼 키우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공력 있는 손맛으로 시작한 알짜배기 맛집들은 덩치를 무한대로 키워나가지 않는다. 분점 몇 개에서 끝내거나, 아님 가족 단위의 경영으로 짧고 굵게 버는 식.

들어서자마자 예리한 눈빛으로 머릿수를 대강 스캔해가는 이모(직원)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상차림을 뚝딱, 끝낸다. 소문난 맛집답게 친절함이나 살가움은, 역시 없다. 그렇다고 딱히 불친절하지도 않은 적당한 접대.

차림표는 꽤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있었는데, 복요리 전문점답게 복을 일반 회, 물회, 탕으로까지 자세히도 나눠놨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복어탕을 주문한 후 곁반찬의 맛을 훔쳐본다. 가짓수가 많지도 색감이 좋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겉모습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젓갈, 김치, 가자미조림, 콩잎장아찌… 손맛이 좋아야 맛이 살고, 맛이 살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 핵심적인 구성이다. 그렇다면 맛은? 역시나 부족함이 없다. 경상도식이라 간이 세다는 점만 감안하고 나면 풍부한 맛이다.

이윽고 메인음식 복어탕 등장. 콩나물 듬뿍, 슬라이스처럼 얇게 썰린 투명한 무, 송송 썰어 놓은 대파, 그 사이사이에서 뽀얀 속살 들어낸 복어의 모습까지 완벽하다. 게다가 투명한 국물 색깔은 이 음식의 대미를 장식한다. 때깔부터 맛집 포스 풍겨주시는 복어탕, 그렇다고 양이 적을쏘냐. 인심의 바로미터가 국그릇 크기인데, 그릇이 아니라 아주 대야 수준이다.

맛은? 말이 필요 없다, 끝내준다. 조금 슴슴하게 간이 된 국물 맛은 다른 식재료와의 조화로운 맛을 해치지 않는, 딱 적정선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들이부을수록 흡입하게끔 만드는 강한 마성을 지닌 맛.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전날 과음한 사람이라도, 이 복어탕 한 그릇이면 숙취 따위 개나 줘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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