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집은 차이니즈 패밀리 레스토랑, ‘차이홍콩’이다. 근사한 수식을 붙였지만 한국적 정서로 의역하자면, ‘중국집’ 정도가 되겠다. 먼저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중국집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말끔히 해결한 집이다. 잭처럼 중화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짜장면이나 탕수육 따위가 먹고 싶을 때, 대부분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집은 ‘철가방’과 ‘번개배달’ 등의 고유명사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우리나라 배달음식계의 터주대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인과 함께 중국음식을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집에서 판을 벌이기에는 맞을 손님이 중요한 분일 때, 맛과 분위기를 모두 갖춘 곳을 찾아야 한다. 잭처럼 까다로운 ‘니즈’를 완벽히 갖춘 곳이 바로, 지금 소개할 ‘차이홍콩’이다.
내부는 짙은 색의 원목으로 통일되어 있어, 깔끔한 외관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접대용으로나 가족끼리 외식하기 좋은 공간이다. 주 타깃층도 그렇게 잡았는지, 메뉴판에 코스요리가 많은 편이다. 2~3인용 커플코스부터 대가족 단위 코스까지 아주 다양하게 구색을 맞췄다. 메뉴 자체도 다양하다. 칠리새우, 깐풍새우, 깐쇼새우 외에 이집만의 레몬크림새우란 것이 있는데,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새우의 튀김옷을 바삭하게 튀겨내고, 그 위로 부드러운 레몬크림소스를 얹은 것인데 새콤달콤한 맛 때문에 여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추잡채를 소고기피망볶음으로 변신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중국의 요리가 대부분 면인 점을 감안, 잡채에서 당면을 과감히 뺀 것이다. 베이스는 피망과 양파, 소고기를 굴소스와 고추기름을 두르고 볶는 것까지 똑같다. 당면만 뺐는데 맛이 훨씬 깔끔해졌다. 그래서 구태여 이름도 더 이상 고추잡채가 아닌, 소고기피망볶음이다. 함께 나온 꽃빵을 조금씩 찢어 함께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전체적으로 중화요리 특유의 느끼함을 뺀 자리에, 매콤한 맛이나 상큼한 맛으로 채운 시도가 흥미롭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는 느낌이랄까. 셰프의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