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찜의 본고장은 마산이다. 그래서 마산 아구찜 골목에서는 어느 집이나 평타 이상의 맛을 보여준다. 그냥 막 들어가도 서울의 웬만한 아구찜 맛집보다 더 훌륭한 맛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국 팔도 어디에서나 ‘마산아구찜’이라는 간판을 내걸며 원조의 맛을 공수해온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역시 원조의 힘은 이만큼 대단하다.
그렇다면 마산의 아구찜 골목에서도 왕중왕, ‘맛집 오브 맛집’은 반드시 있을 터. 이번에 소개할 집은 이 골목의 터주대감이나 진정한 원조집인 ‘진짜초가집 원조아구찜’ 되겠다. 만화가 허영만의 대표작품 <식객> 17권에 등장한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한데, 그것만으론 이 집의 가치를 모두 설명하기엔 어딘가 아쉽다. 남은 결정타 하나, 그는 바로 아구찜의 발원지이자 창조설화를 가진 집이라는 사실이다. 1965년, 당시 이집의 주인장이 개발한 메뉴가 오늘의 ‘마산아구찜’에 이른 것이다.
이집은 향하는 길부터가 특별하다. 시멘트 바른 외벽에 다양한 색깔을 입은 아구 모형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특별한 원조집을 안내해주는 특별한 이정표 같다고 해야 할까. 아구 모형이 끝나는 시점에 오래된 한옥식 지붕을 얹은 집이 나온다. 입구부터 들어가는 문짝, 그리고 홀의 테이블과 의자까지, 빠짐없이 구석구석 낡은 모양새다. 새로 바른 벽지를 제외한 모든 것이 옛날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아구찜을 시켰더니 하얀 물김치와 빨간 아구찜 한 접시가 전부다. 그리고 공깃밥과 앞접시, 플레이트를 논할 수 없다. 그냥 사발 그릇에 한 국자 그득히 퍼올린 느낌이다. 허나 비주얼만큼은 극강이다. 우선 콩나물 폭탄에, 힘들게 아구를 찾아내야 하는 시중의 집들(이런 경우엔 콩나물찜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과 다르게 아구가 주인공이다. 게다가 색깔이 붉다 못해 시뻘겋다. 적당히 매운 맛이 살아있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하다만, 어쩐지 걱정된다.
그런데 비릿함과 고릿함을 섞어놓은 듯, 냄새가 좀 묘하다. 아구살을 하나 집어 들었더니 이놈의 아구가 숙이고 들어오는 구석이 없다. 꼿꼿하게 젓가락에 잡혀주시는 모양새, 살점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알고 봤더니 이 원조집은 원래부터 생아구가 아닌 말린 아구를 써왔다고 한다. 인근의 해성동 덕장에서 직접 꾸덕꾸덕 말린 아구를 가져와 냉동실에 보관해놓고 1년 내내 사용한다고. 고로 고릿함이 술술 풍겨온다면 아구를 매우 잘 말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일체의 조미료 없이 된장으로만 밑간을 해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 인상적이다. 다른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쫄깃한 아구의 식감도 마치 쥐포의 그것처럼 씹는 맛이 살아있다. 그러나 살이란 살은 모조리 말라붙었기 때문에 아구의 뼈에서 일일이 ‘뜯어먹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