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는 먹을 게 별로 없다는 말은 큰 오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빔밥, 장어, 냉면 등 전통먹거리가 풍부하다. 그것도 비빔밥과 냉면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진주가 본고장이며 맛 또한 좋다. 그중에서도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더불어 한국 3대 냉면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진주냉면. 1846년에 창간된 문헌 <동국세시기>에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조선시대 진주지역 양반가와 기방에서 선주후면(先酒後麵)의 식사법에 따라 술판 뒤 입가심으로 즐겨먹던 고급음식이었다.
하연옥은 이 진주냉면을 현대 들어 가장 먼저 계승·발전시킨 집인데, 가게 이름이 처음 냉면을 팔았던 어머님의 성함이라고 한다. 홀 안에서 매의 눈으로 대기 손님을 파악하고, 필요한 것을 직접 챙겨다주시는 연세 지긋한 분이 계시는데 바로 하연옥 할머니이시다. 원래는 시장 안, 작은 집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너무 유명해져 대대적인 확장공사 끝에 버젓한 3층짜리 건물에 들어서있다. 1층 전체는 대기석으로만 쓰일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를 알 만하다. 또 별관을 따로 냈고 본관과 실내로도 이어져 있다.
지인과 함께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사이좋게 나눠 시키고 그걸로는 아쉬우니까 육전도 한 판 시킨다. 육전이란 문자 그대로 쇠고기 우둔살에 계란을 입혀 전처럼 부쳐 먹는 것으로, 광주와 진주에서 유명하다. 노란 계란 사이사이 보이는 잘 다져진 살코기가 지나치게 얇은 것이 흠이라면 흠, 그 외엔 완벽하다. 기름기를 상당히 촉촉하게 머금은 편이라 살짝 느끼한 감은 있지만 그마저 육전을 구성하는 하나의 맛이다. 이 육전을 조금 찢어 냉면과 함께 먹으면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물냉면은 육수 맛, 비빔은 양념장 맛으로 먹는 것이 냉면의 진리일 텐데 이집은 그 진리에 좀 더 충실했다. 보통 소뼈와 닭뼈로 우려내기 마련인 육수에 해물이 잔뜩 들어갔다. 고기를 서브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진주냉면의 육수는 해물이 주류다. 멸치와 바지락, 건홍합, 건황태, 문어, 표고버섯 등으로 육수를 우려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슴슴한 첫맛으로 시작해 개운한 뒷맛으로 끝난다. 비빔은 계란지단 외 육전을 채썰어 지단으로 올린 것이 특징이다. 지단 자체가 워낙 풍부해 쌈으로 싸먹어도 될 정도다. 실제로 부산 모 식당에는 비빔 진주냉면의 고명들을 쌈에 싸먹을 수 있도록 쌈채소를 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