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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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의 고운 색감, 상큼한 향기와 새콤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 딸기는 그 앙증맞은 모양만큼 사람들, 특히 여성에게 사랑받는 과일이다. 허나 딸기는 본래 서양의 과일이었다. 스위스 원주민 유적에서 딸기 종자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득한 석기시대부터 이미 딸기 식용이 이루어졌다고 추측한다. 허나 서양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량 및 재배된 것은 18세기 무렵이며,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에 일본을 통해서 들어오게 된다. 본래 산지가 일본 것도 아닌데다가 일본의 품종을 수입해 와서 먹었으니 당시에 딸기 값이 얼마나 비쌌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1940년대 들어서 경기도 수원 등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품종은 모두 ‘장희’ ‘육보’ ‘레드펄’ 등 거의가 일본 품종이었다. 한데 2000년 초반부터 일본에서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우리나라는 국산 딸기 품종의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2000년 중반부터 한국 딸기 품종이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충남도농업기술원 논산딸기연구소가 있었다. 우리가 오늘날 맛보게 된 ‘매향’ ‘금향’ ‘설향’ 등의 딸기는 모두 논산딸기연구소에서 개발된 ‘-향’자 돌림의 아이들인 셈. 사진처럼 새초롬하고 앙증맞은 모양에 신맛과 단맛이 공존하는 딸기의 대부분은 설향이다.
     
    딸기의 고장은 여럿이지만 진주의 딸기가 유독 맛이 좋은 데는 진양호 주변의 천혜환경 덕이 컸다. 호수와 남강의 맑은 물과 거름성분이 많은 퇴적토, 일조량이 충분한 기후조건, 여기에 진주 농업인의 세련된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명품 진주딸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는 진주의 딸기가 청정 농산물로 일본에 역수출되고 있다. 작년에는 NHK에서 진주 딸기농가를 특집방송분으로 촬영해가기도 했다.
     
    노지에서만 딸기를 재배하던 시절에는 노지 딸기를 수확하는 5월부터 초여름까지만 딸기를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최첨단 시설재배가 도입되면서 사계절 내내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오히려 겨울의 찬바람을 맞고 자란 하우스 딸기가 당도는 훨씬 높고 맛이 좋기까지 하다. 겨울은 결코 딸기의 제철이 아님에도 마치 제철인양 맛이 좋은 계절이 된 것.
     
    시중 마트에서도 진주 딸기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만, 굳이 진주까지 왔다면 진양호 근처의 딸기농가에서 딸기를 사가는 것이 좋다. 겨울철 500그램이 채 안 되는 진주 하우스 딸기가 마트에서 1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에 팔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농가에서 신선한 딸기를 직접 사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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