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의 본고장인 부산에서는 웬만큼 맛있지 않고서야 다른 국밥 종류의 선전을 기대하긴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돼지국밥의 초강세 지역 부산에서도 끝내주는 설렁탕 국물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아시는 분은 벌써 감이 오셨겠지만 바로 남포동의 ‘서울깍두기’이다. 서울깍두기가 부산에 몇 군데 더 있지만 역시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할 수 있는 곳은 남포동밖에 없다. 60여 년을 같은 곳에서 한결같이 손님을 맞아온 서울깍두기는 건물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이 집의 주메뉴는 설렁탕과 곰탕이지만, 양지탕과 수육도 팔고 있다. 또 포장에 한해서 깍두기도 판다. 이 집 이름이 왜 서울깍두기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설렁탕 국물만큼이나 깍두기로도 유명한 집이다. 부산 대부분의 설렁탕집 깍두기가 조금 달큰한 맛을 내는 것의 시초라고나 할까. 자박자박한 국물에 담겨 달큰한 맛을 내는 이 집의 깍두기는 뽀얗게 잘 우러난 국물이지만 결코 눅진하거나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맛의 탕과 뛰어난 조화를 이룬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나온 세월처럼 묵직한 뚝배기를 쓰고 있는 남포동 서울깍두기의 전통. 60년 세월은 버티고 싶다고 해서 버틸 수 있는 세월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