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푸드덕거리는 현수막에 조악한 글씨체로 갈겨놓은 그 이름이 ‘고래가 될 카페’. 쭉 늘어선 나무 판넬이 이어져 간신히 카페의 벽면을 완성하고, 그 위로 나무 발이 더깨가 되어주고 있는데 여름엔 몹시 시원해보이고 겨울엔 한없이 추워 보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들쑥날쑥한 꾸밈과 정돈되지 않은 듯한 단출함이 공존하는 외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조금 놀랍니다. 작은 나무 의자와 병뚜껑 모빌, 양철 테이블 등 소품과 인테리어는 여전히 익살스럽지만 벽 한편에 진지하게 전시된 그림들을 보면, 이 카페의 본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곳은 화가 이두원 씨의 작품을 걸어둔 전시관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바다를 향하고 있는 벽에 너른 직사각형 모양의 프레임이 시원하게 뚫려있습니다. 그 너머로 맑은 월정리 앞바다가 일렁이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금시에 멋진 액자가 된답니다.
이곳은 커피와 우유거품을 머신 없이 수동으로 만들어 내고 있어, 대기 손님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음료를 받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지만 주인이 한 잔 한 잔, 정성스레 만들어준 것이라 생각하니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바다처럼 푸른 빛깔의 ‘월정 레모네이드’를 꼭 드셔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