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의 제주식 해석, 고기국수
일본에 돈코츠라멘이 있다면 제주에는 고기국수가 있다? 국수와 고기의 조합이라는 게 어쩐지 낯이 설지만은 않은 것은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에 삶은 면발을 넣는 방식인 일본의 정통라멘 스타일에 익숙해진 까닭일 터. 허나 실제 비주얼 면에서는 일본이 진한 돼지기름 스타일의 국물을 보이는 반면에 제주의 고기국수는 맑은 육수가 특징이다. 차라리 돼지국밥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이 국물에 밥이 들어가느냐, 면이 들어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제주에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마을의 잔칫날이나 큰 행사가 있을 때 즐겨먹던 향토음식, 고기국수가 있었다. 고기국수는 24시간 이상 푹 고아낸 흑돼지 육수에 생면을 넣고 수육 고명을 올려 만든 것이다. 지금이야 질 좋은 살코기 위주로 고기를 내고 있지만 그 옛날 제주 고기국수의 시작은 돼지를 잡고 나면 남은 뼈와 부속고기를 처리하기 위해 큰솥에 통째 넣고 함께 삶아 먹던 데서 시작되었다고.
고기국수의 유래에 대해서는 제주도에서 행해졌던 의례활동에서 제례의식이 끝난 후 제단에 올려둔 돼지고기와 해체된 살코기, 뼈를 한데 모아 끓여내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허나 지금과 같은 모양새는 1950년 일제 해방이후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건면 생산기술이 보급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국수를 말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논농사에 열악한 토질 특정상 메밀처럼 거친 음식만 먹어왔던 제주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건면의 등장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을 테다.
▲비빔국수. 돔베고기 수육이 고명으로 올라가 맛깔나보인다.
돼지뼈와 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삶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것이 고기국수의 특징. 대다수의 집들이 대동소이한 맛을 보이고 있지만, 돼지의 잡내를 얼마나 잡아냈는지가 그 집만의 내공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따라서 육수를 내는 과정에서 생강과 통마늘 등 냄새 제거에 효율적인 전통음식이 많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도에서 자라난 흑돼지를 써야하는 점이다. 그냥 돼지를 쓴다면 구태여 뭣하러 돼지국밥과 돈코츠라멘의 육수와 차이를 두겠나. 지방과 살의 함량이 뭍의 돼지보다 월등히 많으면서도 담백한 맛을 내는 흑돼지를 써야 ‘진짜’ 고기국수라 부를 수 있는 거다.
* 맛집
①자매국수(064-727-1112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2동 1034-10) : 치자로 색을 내, 면의 색이 노랗고 고기로 육수를 낸 뽀얀 국물로 식욕을 당기는 모습이다. 고기 육수를 사용함에도 특유의 잡내 없는 깔끔한 맛, 풍성하고 맛좋은 고기 고명으로 유명하다.
②올래국수(064-742-7355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 261-16) : 비빔국수보다 고기국수의 평이 압도적으로 좋은 집이다.
③삼대국수회관(064-759-6644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2동 1045-12) : 식신로드에 방영된 집이다. 고기국수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잘 살린 집이라는 평가가 많다.
④탁이국수(064-744-2268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 261-60) : 떠오르는 고기국수 맛집. 사골처럼 뽀얀 국물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