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가기 전, 지인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산굼부리. 그곳에서 바람 따라 물결이 이는 ‘억새바다’를 한 번 보게 되면 그 풍경에 중독돼 버린다고. 다시 돌아와 업무를 보다가도 바람이 나부끼는 날이면 으레 그 억새밭이 생각날 정도라 했다.
산굼부리는 제주 전체에 분포된 360여 개의 기생화산 중 하나로,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폭발해 구멍만 남아있는 세계 유일의 평지 분화구이다. 분화구의 깊이가 한라산의 백록담보다 17m나 더 깊은 산굼부리는 현재,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화산지형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만, 산굼부리의 매력은 꽉 찬 가을철이면 절정에 이른다. 남쪽 등성이 전체가 억새로 넘실거리며, 그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의 가슴을 흔들기 때문. 또 사시사철 다양한 식물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 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억새는 자생력이 강해 겨울까지 생존 가능하다. 잭이 입동을 조금 넘겨 찾았을 때는, 은백색의 우아한 억새 군락이 바람에 나부끼며 사람들을 간질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예뻤다.
만추의 제주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만 같은 산굼부리! 여러분도 이곳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