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이 지난 세월 동안 맛집 찾아 팔도를 누비며 발견한 사실. 뭔가 토종 한국음식을 취급하는 맛집들을 보면 대부분 지나치게 정직한 이름을 쓰고 있다는 것. 가게 이름들은 대충 특정 요리의 창시자 이름(고유명사)을 넣는 경우, 할머니(보통명사)를 넣는 경우, 자부심 하나로 원조란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넣는 경우 등등. 그런데 이집은 세 가지 경우가 몽땅 다 들어간 엄청난 이름이다(ㄷㄷㄷ). 무려 ‘진옥화할매 원조닭한마리’ 되시겠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는 폭풍 웨이팅,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과 같은 전광판이 있으니. 그 전광판에서는 은행처럼 대기번호가 휙휙 넘어가고 있었다. 복권이라도 쥔 것 마냥 땀에 절은 번호표 들고 전광판을 해바라기처럼 마냥 바라보다가 드디어 번호 당첨! 무사히 입성...이 아니고 식당 안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뉴는 ‘닭한마리’로 대동단결이라 고를 필요가 없다. 인원수에 맞게 시키면, 거의 유물에 가까운 양철 냄비와 기본찬, 떡사리가 나온다. 떡사리가 싫으면 그 자리에서 물리면 되겠지만 실제로 물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 이집 닭 못잖게 유명한 게 떡이니까. 양푼이 반쯤 채운 육수에 완벽하게 헐벗은 닭이 고운 자태로 입수한 모습이다. 배를 갈아 뭉텅하게 썬 감자를 꽂아 놓은 디테일이 돋보인다. 주변에는 송송 썰어 넣은 파가 둥둥 떠다닌다.
이름처럼 닭 한 마리가 통째 담겨 나오기 때문에 먹을 사람이 알아서 먹기 좋게 닭을 잘라야 한다. 힘없는 여성끼리, 외국인끼리, 노약자의 경우엔 특별 우대로 직원이 와서 잘라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커플, 남성끼리, 힘 다부져 보이는 여성끼리) 가위로 직접 잘라야 한다. 여기서 이 집을 얼마나 마스터했는지 드러난다. 닭 관절에 걸려 낑낑대며 거의 분해하고 있는 옆 테이블은 생초보, 무표정한 얼굴로 뚝뚝 마디마디 잘라내는 옆옆 테이블은 완전고수.
본래 닭이 반쯤 익혀 나오기 때문에 육수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곧바로 먹어도 된다. 그냥 먹으면 슴슴하니 이집만의 비법 양념장을, 역시나 셀프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빨간 양념장 한 스푼, 겨자와 간장 한 번씩 짜주고 젓가락으로 쉐킷!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역시, 괜히 맛집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맛집들은 으레 어떻게 그렇게 환상적인 조합의 양념장을 잘도 만들어내는지...
Jack's Tip.
닭을 어느 정도 다 건져먹었다면 칼국수 면사리를 추가주문해서 그동안 진하게 우러난 육수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 먹어볼 것. 맛은 잭이 장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