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북촌은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를 이르는 지명을 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전통한옥 밀집 지역을 가리켜 북촌마을이라 부른다. 한데 이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조선시대 고관대작들과 왕족, 사대부들이 모여서 거주해 온 고급 살림집터가 있던 자리였고 일제강점기 말부터 우후죽순 한옥이 많이 지어진 것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을 모두 포함하는데 그중에서도 가회동 11번지와 31번지, 33번지 일대는 한옥이 가장 많이 들어서있어 북촌마을 내에서도 알짜배기로 불린다.
혹시 그 옛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세운 솟을대문이 서있는 위풍당당한 고택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면 일찍이 접으시라. 사극에 나왔던 예의 권세가의 그 으리으리한 집이 아니고 실제 주거를 목적으로 집을 짓게 되면서 서로서로 지붕을 맞대는, 작지만 생활에 있어 훨씬 효율적인 집들이 만들어졌다.
잘 보존된 옛날 주택가가 하나의 관광지가 된 것이기에 길이 특별히 잘 닦여졌거나 여행자의 동선에 맞게 오밀조밀 꾸며진 맛도 없다. 오히려 구석구석 굽이쳐 들어가야 이집 저집, 한 집이라도 더 많이 볼 수 있는, 발품을 많이 팔수록 유리한 곳이니. 본래 새로 개발하자는 의견대신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처럼. 이곳은 부러 길을 허물고 새 길을 닦거나 하는 인위적 요소 없이, 오로지 있는 그대로를 가꾼 곳이니 말이다. 찾아온 객들도 여기 들어선 집처럼, 그저 자연스럽게 둘러보고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