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고기가 먹고 싶었던 잭. 고깃집을 찾아 경성대 거리를 찾아 헤맸지만 모두 깜깜하게 불 꺼진 가게 뿐. 절망과 낙심의 카오스에 빠지려던 찰나, 늦은 시간까지 불을 꺼드리지 않고 영업 중인 ‘돈통’을 발견했다. 촌스럽고 후미진 간판이 잭 스타일은 아니지만 비참하게 주린 배를 채워넣기 위해 일단 들어가고 봤다.
가게 내부 역시 초라함의 극치. 그런데 손님은 바글바글하다. 하긴 고깃집에 고기만 맛있으면 됐지, 분위기 따위 개나 줘버리자. 메뉴를 슬쩍 스캔했는데 가격이 좀 많이 착하다. 아무래도 대학로에 자리한 가게이다보니 학생들을 많이 배려한 듯 선심성 농후한 가격대였다. 가격이 착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상차림은 별볼일 없으니 생략하고. 테이블 정중앙에 뚫린 구멍 아래로 불판이 들어간 전형적인 시스템이다. 붉은 양념장과 다진 김치, 파채가 들어간 은박 호일을 불판 사이드에 올려놓고 고기를 굽는다. 섞어가며 익혀줬더니 웬걸, 예상보다 너무 맛있다. 고기와 함께 싸먹으니 새콤달콤 톡톡 튀는 맛이 꽤 좋다. 단, 고기는 썩 맛있지 않다. 그렇게 질 좋은 고기는 아닌 것 같다만 또 맛이 없는 건 아닌. 잡내가 나지 않는 정도. 딱 보편적인 맛이다. 고기 두께도 얇은 편이라 식감도 떨어진다.
돈통삼겹살의 매력은 뛰어난 고기 맛에 있지 않다. 오히려 고기 맛은 평범하고 무난한 수준. 돈통의 진정한 매력은 저렴한 가격대와 맛있는 양념장, 그것들을 한데 섞어 맛깔나게 한쌈 싸먹는 서민적인 분위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