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7시~16시30분 / 예산 1만원 / 대표메뉴 곰탕 / 주차장 無 / 첫째, 셋째주 일요일
상세설명
하동관의 역사는 올해로 75년을 찍었다. 명동에서 가장 오래된 터주대감으로 노포 중 노포, 레알 노포로 분류되는 곳. 식민지 해방 전부터 지금 이 자리에 둥지를 틀어 오가는 손들에게 곰탕과 수육을 내다 팔던 것이 3대째 대를 이었고, 그 축적된 세월이 오늘에 이른 것. 그나마의 수육도 곰탕에 비하면 한낱 사이드메뉴에 지나지 않아 지금은 오직 곰탕 하나만 팔고 있다고. 반백년이 훨씬 넘도록 곰탕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어온 ‘무림고수’인 셈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섰더니 노포의 까마득한 역사를 증명해주듯 곳곳이 빠짐없이 낡아있다. 조선시대 소울 풍겨주시는 편액으로된 간판부터 가지런한 기왓장까지. 이런 문화재적인 뭉클한 분위기,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라 한다. 이집은 당일 만든 고기를 당일에 모두 팔아야 한다는 맛집의 제1철학을 고수하기 때문에 16시30분이면 짤없이 가게 문을 닫는다. 고기를 재고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시크한 집안에서 다들 열심히 곰탕을 흡입하고 있는 풍경이 보인다. 개중에는 설거지까지 마친 갸륵한 손들도 보인다.
카운터에서 주문 및 결제를 마치고 식권과 함께 테이블을 배정 받으면 직원이 식권을 가져가고 밥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뭔가 시스템부터가 남다른 장인정신. 곰탕과 함께 나오는 김치도 1인 1김치 시스템,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는 숭숭 썰린 대파가 그득히 쌓인 양푼이가 보인다. 보통은 이 파를 엄청나게 쏟아 붓고 시원한 맛을 배가시켜 먹는다. 파 무더기에 가려 국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탕’을 해먹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모름지기 이런 탕은 놋그릇과 놋수저에 내는 것이 정성이고, 정석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의 규칙을 엄격히 지켜 아직도 무거운 놋그릇에 곰탕을 낸다. 국물은 아주 맑아서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다. 그래서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깊은 감칠맛을 낸다.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았는지 기특하게도 뒤끝이 남지 않는 개운한 맛이다. 느끼한 맛을 잡으려고 깍국(깍두기 국물)을 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집에선 그러지 않아도 된다. 최상급 암소 한우만을 쓴다는 이집의 또 다른 철학 때문에 고기 맛도 예술처럼 다가온다. 물에 빠진 소고기가 이토록 부드러울 수 있다니! 진짜 어메이징한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