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세상 물정 모르면서 자고 나면 글만 읽는 사람들을 가리켜 ‘남산골 샌님’이라고 비아냥거렸다. TV 사극에서도 살림에 보탬도 못 되고 자나 깨나 학문에만 몰두하느라 실물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비루한 선비를 일컬어 ‘남산골 샌님’이라 부르는 광경을 심심찮게 봐왔다. 실제로 남산골에는 가난하건 부자이건 양반가들이 많이 살았는데, 그는 아마도 이곳 남산골이 남산의 호젓한 산세와 이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옥마을이 들어선 필동 지역은 조선시대 당시 선조들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마다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 물길과 정자를 그대로 살리고 흩어져 있던 순수가옥을 이전‧복원해 지금의 한옥마을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당시 한양8대가 중 하나였던 박영효 가옥에서부터 평민의 집에 이르기까지 신분 고저에 따라 규모와 구조가 각각 달랐던 전통 한옥 정취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당시 선조들의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전통가옥 다섯 채는 순정효황후 윤씨 친가와 해풍부원군 윤택영댁 재실, 부마도위 박영효 가옥, 오위장 김춘영 가옥, 도편수 이승업 가옥이 있었다. 이중 심하게 낡아 이전이 불가능한 윤택영댁 제실을 제외한 나머지는 일일이 건물을 뜯어낸 후 옮긴 자리에 그대로 복원했다.
동쪽으로 들어가 서쪽으로 나와야 하는 ‘동입서출’의 전통방식에 따라 가옥은 늘어져 있다. 저녁 어스름 무렵이면 은은한 청사초롱 불빛으로 고즈넉한 운치를 더한다. 또 예절배우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학교, 전통문화 강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