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은 멸치가 제철을 맞는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오월의 멸치는 멸치 산란의 황금기! 이때 잡히는 멸치들은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 크기도 굵직굵직, 그야말로 씹는 맛이 살아있을 때다. 남해 미조항 근처에는 이 멸치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몇몇 모여있는데, 그 중에 제일은 아마도 ‘미조식당’일 것이라 확신했던 현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관광객보단 현지인의 입맛을 좀 더 신뢰하는 잭, 선택의 여지도 없이 미조식당에 발을 들인다.
푸른 간판에 식당 이름 말고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기록들을 기념문구로 여기저기 찍어둬, 외관은 다소 조잡한 느낌이다. 그다지 특별한 감흥이 일지 않은 평범한 겉모습에 TV 출연기록을 떠벌리는 소란스러움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고로 맛집은 ‘맛’으로만 승부하면 그만인 것을.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지만 기실 이 집의 유명 메뉴는 따로 있다. 멸치회무침과 멸치쌈밥, 그리고 갈치구이. 멸치회무침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과 갖은 야채, 뼈를 발라낸 생멸치를 버무려 낸 것이고, 멸치쌈밥은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조림을 쌈밥과 함께 먹는 형식이다.
멸치회무침은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반절은 야채쌈으로 실컷 싸먹고 반절은 꼭 남겨뒀다가, 따로 비벼먹어야 한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먹는 것이 정석인 듯하다. 김가루와 참기름이 넉넉하게 들어간 그릇에 밥과 회무침을 투하해서 쓱싹쓱싹 비벼주면 된다. 직접 짠 참기름을 사용했다던데, 과연 꼬순내가 보통이 아니다.
묵은지와 야채, 매콤한 양념장과 자작하게 끓여진 멸치조림은 달지 않은 칼칼한 끝맛이 일품. 전통적인 한국인의 미각을 일깨우는 화끈한 맛이다. 이 역시 야채쌈으로 밥과 함께 싸먹으면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양념 맛, 고소한 멸치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맛이 맛인지라 반주를 살짝 걸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