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시원하게 펼쳐진 물미해안도로를 달리던 중 물건방조어부림 너머 물건항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들어선 ‘햇살복집’이 보인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정겨운 이름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주인 아주머니를 보니, 가게 이름이 새삼 와 닿는다. 따스한 인상에 온화한 미소에 기품이 넘쳐나는 분, 미조항에서 어장을 하시던 그의 부친 슬하에서 자라며 어릴 적부터 복어를 숱하게 접해오신 분, 일본까지 건너가 복어요리 연구에 힘쓰셨다고. 그녀의 꾸준한 복어 사랑이 오늘의 햇살복집에 이른 것은 아닐까.
햇살복집은 복국, 복매운탕, 복어회, 참복탕 등 복어요리 개수만도 14가지나 되는 진짜 복어전문점이다. 하지만 이 집의 별미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졸복요리 되겠다. 졸복은 복어의 10분의 1에 불과한 크기로 성인 엄지손가락만하다. 그래서 일명 ‘쫄병복어’라고도 불리며 여수에서는 ‘노랑복’이라고도 불린다. 졸복은 봄이 제철이라 봄에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졸복회와 졸복튀김, 그리고 졸복탕까지, 늘 그렇듯 잭은 가장 맛있다는 졸복 시리즈로 주문한다. 둥근 접시 모양을 따라 가지런히 놓인 졸복회 위로 복껍질과 지느러미, 미나리, 레몬, 당근으로 데코레이션을 해뒀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졸복튀김은 고소한 튀김옷에 가려 졸복 특유의 식감이 잘 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다음은 아삭한 콩나물에 상큼한 미나리향, 부드럽고 탄력 있는 졸복의 육질과 어우러져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내줬던 졸복탕. 개인적으로는 이 졸복탕의 깊은맛이 참 좋았다. 해장용으로도 제격!
Jack’s Tip.
마늘해물복찝, 마늘복튀김, 마늘복껍질초회 등 남해의 특산품인 마늘을 이용한 요리가 졸복요리 만큼이나 유명하다. 늘 새로운 맛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열정이 담긴 요리이니, 함께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