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가 참 독특하다. 면서기집이라...나중에 들은 바로는 ‘면 서서 기다리는 집’의 줄임말이라고. 간판 아래에는 조그맣게 ‘전통 멸치국수 기능 보유자의 집’이라고 써두었다.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재미있는 문구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힘. 신생 가게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 공인된 맛집이자 노포라면 ‘어머나 이런 센스까지!’하고 무릎을 탁 치게끔 만드는 요소. 소박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니 멸치 삶은 냄새가 훅 올라온다. 음~ 멸치 스멜, 맛있겠다!
메뉴가 참 단출하다. 멸치국수, 행복만두, 생탁막걸 리가 끝이다. 국수와 만두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집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집은 만두마저 맛있다고. 국수와 만두를 주문하고 아담한 내부 곳곳을 둘러본다. 왠지 집안 대대 가보로 물려왔을 것 같은 커다란 액자 속 문구, ‘사람은 머리로 말하고 국수는 국물로 말한다’ 그리고 벽면에 붙어있는 ‘멸치 누가뽁음 11장 11절’까지. 센스가 보통 내공이 아니다. 알고 봤더니 식객 허영만도 다녀간 집.
국주 비주얼은 심하게 평범해서 보잘 것 없어 보일 정도다. 그 옛날, 자갈치시장 노상에 쭈그리고 앉아 먹었던 할머니가 즉석으로 말아준 국수 한 그릇과 같은 비주얼. 노란 양푼이에 멸치국물과 뽀얀 국수사리, 오뎅, 부추, 양념장, 김이 끝이다. 만두는 소를 얼마나 머금었는지 미어터질 듯 빵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