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골목 가장 끄트머리 쪽으로 다가가면 만날 수 있는 눈나무집. 정말 한 골목이 딱 끝나는 지점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걸어놓고 찾으면 절대 못 찾는다. 진짜 끝이 보일 때까지 걷고 나서야 멈추면 비로소 새하얀 눈나무집이 보인다. 건물은 3층까지 이어진 구조지만 내부 자체가 넓은 편이 아니고 테이블 수도 많지 않아, 피크타임 대는 기다리는 줄이 식당 바깥까지 길게 이어지곤 한다.
떡갈비, 떡볶음, 녹두빈대떡, 평양만두, 두부김치, 김치말이국수‧밥, 비빔국수, 소고기김치볶음밥, 소고기콩나물국밥, 메뉴는 딱 열 가지. 무슨 식당 십계명이라도 되는 듯 깔끔한 구성인데, 열에 아홉은 떡갈비와 김치말이국수or밥, 김치볶음밥을 주문한다. 이집을 이토록 유명하게 만든 메뉴이기 때문. 그래서 오늘의 눈나무집을 만든 일등공신 김치말이국수와 소고기김치볶음밥, 떡갈비를 주문했다.
막상 목격한 김치말이국수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국물김치에 국수면을 말아놓은 듯한 밍밍한 비주얼. 그리고 삶은 계란 4분의1조각, 김가루. 실제로 먹어본 맛도 뭔가 슴슴하다. 달달하고 시원한 국물 맛은 좋은데 뭔가 결정적인 재료가 빠진 듯한 상실의 맛. 그러나 이 개성 없는 맛이 묘하게 중독성 있다. 자꾸만 젓가락을 가져가게 만드는 마성의 국수.
김치볶음밥은 소고기가 거의 씹히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맛이 꽤 좋았다. 밥도 고슬고슬 잘 지어졌고 짭조름하면서도 잘 익은 김치 냄새가 잘 베여있다. 반숙을 달가워하지 않는 잭은 달걀프라이가 완숙인 점도 매우 마음에 든다. 떡갈비는 물론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타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떡갈비전문점이 아니고 이 정도 식감과 고소함이면 충분한 듯하다. 더욱이 이집은 가격이 나무랄 데 없이 착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