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은 조선조 5대 궁궐 중 가장 으뜸이라는 경복궁보다 더 많은 수식이 따라다니는 궁궐이다. 한국 궁궐 중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조선조 왕들 중 세종을 제외한 모든 왕이 경복궁보다 더 사랑했다는 곳,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지은 조선식 궁궐까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또 외국의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이 한국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첫 번째로 이곳 창덕궁을 꼽기도 한다고. 이 많은 수식들은 서로 일관성 없는 칭찬처럼 보이나 실은, 자연의 섭리를 존중한 우리 선조들의 건축기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보통은 궁궐은 양옆으로 위세 좋게 뻗쳐나가 웅대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것을 최고로 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자금성처럼 보자마자 압도되는 장엄한 궐 말이다. 하지만 이 장엄함을 얻는 과정에서는 산세를 깎아 평지로 치환시키는 엄청난 자연의 희생이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이 희생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예컨대 산이 있고 바위가 있다면, 그를 부러 깎지 않고 그 끝에 살며시 건물을 얹어 놓은 듯한 조화로운 느낌을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창덕궁은 산을 깎지 않고 오히려 산세에 최대한 의지해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복궁의 주산인 북악산 응봉 자락에 터를 잡은 창덕궁은 자연과 요모조모 잘 섞인 채 지어놨기 때문에 연못과 정원이 다른 궁궐보다 훨씬 많다. 이곳에는 자연히 정자도 많이 세워졌고, 따라서 임금이 쉴 곳이 많았던 셈. 왜 조선의 왕들이 사랑했던 궁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창덕궁은 크게 공식적인 국가행사를 지르던 인정전과 왕이 신하와 업무를 논하던 선정전이 있는 통치구역, 왕과 왕비가 생활하던 대조전이 있는 침전 구역, 국상을 당한 후궁들의 거처로 세워진 낙선재 구역, 후원 구역 등으로 나뉜다. 이중 낙선재와 마지막 옥류천에서 방점을찍는 커다란 후원은 따로 이름이 날 정도로 유명한 창덕궁의 명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