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덕궁 달빛기행

  • 휘영청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을 때 어디로 가는 게 가장 좋을까. 언덕? 전망대? 어떻게서든 달빛 가장 가까이서 발아래를 조망하기 위한 욕망은, 예부터 사람들을 끊임없이 정상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해서 달빛만 보고 내려오기에는 어딘가 섭섭하니까, 그 둥근 달에 대고 어김없이 소원도 빌어보고.
     
    허나 이 달빛은 아래에서 은은하게 받아내며 한적한 길을 걸을 때에 더욱 빛이 난다는 사실. 아무런 빛도 없이 가장 밝고 큰 보름달이 내뿜는 빛에 의지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호젓하게 걸어보는 산책길, 이를 일컬어 요즘 말로 ‘문탠로드’라 부르기도 한다. 이 문탠로드가 아름다운 곳은 의외의 역사 속에 숨어 있었다. 그는 바로 조선의 왕들이 가장 사랑했다는 창덕궁. 보름날이면 몸을 꽉 채운 달이 내뿜는 은은하고 화사한 빛 때문에 그를 길잡이 삼아 걸을 수 있는데, 창덕궁에서 그리 하면 우리 궁궐의 또 다른 고운 얼굴을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8시 정각에 달빛기행은 시작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청사초롱을 손에 들려주는데, 그 모습이 워낙 고고하여 누구도 마다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한 사람씩 다 나누어주지 않음에 섭섭해 하기도 한다. 이들 밤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창덕궁은 한껏 치장을 하고 있다. 곳곳에 조명을 켜놓고 등불을 두어 우아한 얼굴을 비췄다.
     
    주요전각들은 은은한 조명을 받아 껌껌한 밤 속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를 걷노라니 참으로 고즈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 상반기 달빛기행은 이미 끝났고 하반기 달빛기행만이 남아있다. 8~10월까지 매월 음력 보름을 전후로 낀 3일씩 달빛을 받으며 궁궐을 거닐 수 있다. 1회당 100명까지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으며, 회당 참가비는 1인에 3만원이다. 8월과 9월의 참가는 이미 끝났고 남은 10월을 노려보자. 상반기 예약접수 때는 단 1분만에 전 표가 매진된 적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니 참고할 것.
    * 동선은 돈화문(집결지)→진선문→인정전→낙선재(달빛감상)→부용지(달빛감상)→불로문→연경당(전통공연, 다과)→후원숲길→돈화문(해산)까지이며 총 소요시간은 2시간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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