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부대에서 태어난 부대찌개, 원조를 찾아서..
  • 빼앗긴 땅에서 피어난 잡다한 음식문화
    지금의 용산 부대찌개를 만들어내다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가있는 듯한 비주얼의 부대찌개. ⓒ네이버지식백과
     
    역사를 통틀어 용산이 온전히 우리 땅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에는 왜군이 한양을 점령하고 용산에 보급기지를 두었다. 1882년 임오군란 때는 청의 군대가 용산에 진을 쳤다. 1895년에 용산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에게 넘어갔다. 이후 러시아의 급격한 세력 확장으로 일본군은 잠시 물러갔으나 1905년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한 일본군이 다시 쳐들어와 똑같은 자리에 사령부를 뒀다. 일제강점기 내내 용산은 빼앗긴 땅이었던 셈이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용산 일본군 기지는 미군에게 넘어갔다. 작금의 용산 미군부대의 흑역사가 그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미군 세력이 압도적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오게 되고, 1953년 정전협상 직후 미군은 아예 용산에 눌러앉아버렸다. 다가올 2016년까지 용산은 미군의 주둔지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를 가본 사람은 더 잘 알겠지만, 미군은 주둔지의 물건은 거의 쓰질 않는다. 웬만한 것은 다 미국에서 가져오는 편이고, 현재의 용산기지 역시 간단한 PX부터 호텔, 거리의 교통법규까지 죄다 미제투성이다. 미제의 상징인 햄도 오직 미제뿐이다. 진주햄, 롯데햄 따위 찾을 래야 찾을 수도 없다. 당연히 대부분의 식당에서 김치 실종은 당연지사. 주둔지 중심으로 미국의 음식문화가 서서히 번져가다가 지금은 한국 땅에서 콜라, 커피, 피자, 초콜릿, , 소시지, 치즈는 밥보다 더 자주 보이는 것(특정 지역에 한해)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한국의 식문화를 아메리칸 스타일로 바꿔준 미군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용산 vs 의정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오리지널  
      
     
    미군들끼리 시시껄렁하게 먹어대던 소시지와 햄 따위가 외부로 반출되는 것은 시간문제. 그 많던 스팸과 소시지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했더니 용산 식당으로 의정부 식당으로 모두 흘러 들어갔나 보다. 그네들 지역이 작금의 부대찌개 양대산맥으로 솟아오른 것을 보면 말이다.
     
     
    둘 다 부대찌개로 치면 누가 오리지널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유구한 전통과 내공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지극히 교과서적으로 그 둘을 분화하자면, 햄 못잖게 부대찌개를 대표하는 재료인 김치를 많이 쓰는 쪽이 의정부이고 이 김치 대신 양배추를 많이 넣는 지역이 용산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어쨌거나 햄과 소시지, 치즈, 통조림 콩 등 서양의 음식재료가 듬뿍 들어가 짬뽕처럼 얽히고 설켜 잡다미묘한 맛을 낸다는 점에서, 적어도 부대찌개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갖춘 듯하다. 커다란 냄비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부대찌개에서 런천미트와 김밥햄을 솎아내고 신의 한수로 스팸을 찾아내는 것도 깨알 재미라나 뭐래나. 뚜껑처럼 얹어 나온 치즈는 마구잡이로 섞어주고 불기 전에 당면과 라면사리부터 잽싸게 건져내자.
     
     
     
     
     
    * 추천 맛집
    고암식당(02-796-1813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23-3) : 김치를 첨가하는 이태원 스타일의 오리지널 부대찌개집이다. 다른 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데 국산 스팸아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스팸을 쓴다는 점에서 꽤 신념 있다. 여러모로 가성비 좋은 부대찌개 맛집이랄까.
    바다식당(02-795-1317 / 서울 용산구 한남동 743-7) : 김치 대신 양배추, 슬라이스치즈 대신 오리지널 체다치즈를 쓰는 질 좋은 부대찌개 집이다. 김치가 없어 특유의 시큼하고 개운한 맛은 느껴지지 않고, 기호에 따라서는 느끼하게 느껴질 지도. 허나 그 많은 사람들이 맛보고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오리지널 존슨탕을 파는 집이라 외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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