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눈처럼 새하얀 털로 덮인 것은 물론, 수줍은 듯하나 영롱한 눈망울을 감싼 긴 속눈썹까지 모두 순백색인 그의 이름은 흰사슴. 전설 속에서나 등장한다는 백록(白鹿)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청초한지, 누구 하나 그냥 지나가는 이 없이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본다. 순진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 참으로 앙증맞다.
꽃사슴의 돌연변이로 알려진 흰사슴, 색소가 사라지는 ‘알비노’ 현상에 의해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는 이 사슴은 10만 마리 가운데 한 마리 꼴로 나올 정도로 극희귀종이다. 이 소중한 아이들이 다섯 마리씩이나 뛰어다니는 이 곳은 ‘백록담 흰사슴테마파크’.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소인국테마파크 공원 내부에 들어서있으며, 지난 2012년 4월에 개관했다.
특이한 것은 색깔뿐만이 아니다. 알래스카 엘크처럼 뿔이 부채 모양으로 뻗어나가 있어,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신비스럽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알려져 있는 백록은, 인기척을 느끼면 순식간에 달아나는 꽃사슴과 달리 사람을 잘 따른다. 지나가는 이에게 먹이를 달라고 애교를 부리기까지 하니, 그 귀여운 모습에 사르르 녹을 듯하다.
신선들이 그의 등에 올라 타고 한라산 절경을 구경한 뒤, 정상 연못에 이르러 물을 먹였다는 전설이 깃든 백록. 그의 영험한 기운을 받으면 정말로 행운이 따를까. 그렇지 않은들 어떠하랴, 바라만 봐도 예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