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틔워 올리는 강인한 겨울의 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낙화 무렵이다. 봄의 훈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힘겹게 한 송이씩 얼굴을 내밀던 동백들이 불길에 휩싸인 듯 화르르 타올랐다가 일제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여기저기 동백 꽃잎들이 낭자한 선혈처럼 붉게 물드는 그 모습이 상당히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가 사랑한 꽃이자 브랜드 ‘샤넬’의 로고이기도 한 동백, 인류가 사랑한 동백이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제주의 ‘카멜리아힐’ 되겠다. 직역해도 의역해도 동백이 있는 언덕쯤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제주 출신의 사업가가 언덕에 있던 감귤나무를 베어 내고 20여 년에 걸쳐 조성한 500여 종 6000여 그루의 동백꽃이 그득하다.
여기에 있는 동백들은 종류도 다양하다. 세계 각국의 동백 500여 종을 한자리에 모은 동백나무 수목원인 셈. 동백이 피어나는 시기에 따라 나누자면, 가을에 피는 추백, 겨울에 피는 동백, 봄까지 피는 춘백이 있는데,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모여있는 카멜리아힐은 그래서, 가을부터 봄까지 피고지는 동백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울창한 후박나무가 도열해있는 ‘후박나무 올레’는 연인과 손을 꼭 잡고 걷기 좋다.
아담한 정자를 지나니 제주 전통 한옥 한 채가 보인다. 그곳에는 매화가 피어있었다. 동백꽃이 떨어지기 직전에 피어난다는 매화. 하늘로 뻗친 직선 가지 아래 얼굴을 내민 그 모습이 고고하다. 동백을 보러 왔다가 매화까지 보게 됐으니 일석이조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