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색의 낡은 벽돌로 외장한 칙칙한 느낌의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의 넝쿨들. 화려한 홍대 거리에 홀로 지극히 수수한 모습으로 들어서있는 이 집은 건물부터 확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어두컴컴한 내부 곳곳을 수수하게 밝히고 있는 캔들과 라이팅, 중세시대 장신구 같은 아이템으로 부분부분 심심하지 않게 꾸며놓은 인테리어가 퍽 독특하다.
치즈, 크림, 칠리 등 다양한 소스와 어우러진 퓨전 치킨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한 이 집. 그중에서도 베스트 메뉴인 까르보나라 치킨을 주문했다. 까르보나라 소스에 치킨을 버무려 나오는 것이겠거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 여자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메뉴이긴 하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 테이블 여성 손님 점유율이 90%다.
곧이어 예상했던 비주얼의 요리가 눈앞에 단정하게 세팅된다. 검은 팬에 까르보나라 크림소스가 그득하게 채워져 있고, 양파슬라이스와 함께 치킨이 풍덩풍덩 빠져있는 모양새. 딱 봐도 바삭해보이진 않았으나 실제로 먹어본 식감은 정말 손톱만큼도 바삭하지 않았다. 식감에서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잭은 튀김옷의 바삭함을 치킨 궁극의 맛으로 치는 사람이라, 이 부분에서 많이 감점. 새콤 달콤 크리미한 소스가 여자들 입에 잘 맞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맛이 좋다. 당장에 혀에 감겨오는 맛 자체가 달콤, 새콤, 부드러움, 그런 것들뿐이니 맛이 없을 래야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맛이었다. 치킨과 까르보나라를 조합시킨 시도는 참신했으나, 얼핏 샐러드 드레싱 같은 맛도 살짝 났달까. 허나 대중적으로 사랑 받을 만한 맛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