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흰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 얼굴이 꽝 박혀있다. 그 옛날 소싯적에 즐겨보던 ‘배추도사무도사’의 도사 캐릭터와 싱크로율 99%다. 도사 같은 분이 창시해낸 마법의 불고기 레시피를 사용했으니 맛도 놀랍겠지(...) 그보다는 웨이팅이 더 놀랍다. 불고기 좀 먹겠다고 기다리고 선 사람들 하나같이 번호표를 들고 있다. 이곳도 웨이팅이 은행 시스템이다.
소불고기와 차돌박이, 소등심, 육회, 육초밥, 육사시미를 팔고 있으며 원산지는 모두 한우로 대동단결. 물냉면은 고깃집 필수 사이드메뉴니 당연히 있지만 된장찌개는 없다. 평소 고기와 된장찌개는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는 것이 진리라 생각했던 1인인데...이 부분은 좀 많이 아쉽다.
기본 찬은 양파절임, 백김치, 맑은소고기무국, 겉절이가 끝. 기본부터 상다리 휘어지게 내주는 전라도식 상차림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좀 박하다 싶을 정도. 그러나 무국이 맛있으니까 이것도 패스. 마침내 메인인 불고기가 양푼이에 그득히 담겨 나온다. 담겼다기보다 쌓였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맨 꼭대기에 풍성한 파채, 팽이버섯과 송이버섯, 제일 아래 마법의 육수에 잠겨있을 불고기와 당면. 비주얼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부산 팔선생 셀프 야채바에서 본 모습이랑 비슷했다.
널따란 팬에 통째 부어넣고 보글보글 끓여준다. 익었다 싶으면 한 점씩 야채와 함께 주워 먹으면 된다. 달큰한 불고기 양념이 입안을 먼저 가득하게 채운다. 맛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고 잭도 어렸을 때 이런 양념에 재워진 불고기를 참 좋아라했다. 다 익었을 때 비주얼은 전골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불고기는 서울식보다 언양식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얇게 슬라이스한 쇠고기를 양념장에 오래 저온 숙성시킨 다음 숯불 위에서 고소하게 구워먹는 그 맛. 국물 한 방울 없이, 떡갈비 찢어먹듯 야금야금 먹는 그 맛. 하지만 서울식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흰 쌀밥에 쓱싹쓱싹 비벼먹는 맛도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