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이탈리안 캐주얼다이닝-은 아니고 한국식으로 약간의 변형을 거친 레시피를 선보이는 식당이다. 어두침침하면서 다소 허름한 식당 내부 인테리어도 뭔가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져 친근하다. 주로 이집에서 가장 맛있다는 파스타 빠네와 치즈그라탕을 많이 시킨다. 하지만 잭은 다양성을 위해 토마토소스 아라비아타와 빠네, 치즈그라탕, 고르곤졸라피자까지 먹어본다. 아 물론 일행이 있었기에 가능한 용량이었다.
총평을 하자면 아라비아타와 고르곤졸라는 맛있었고 빠네와 치즈그라탕은 그닥. 아라비아타는 토마토소스에 태국 고추가 들어가 매콤한 맛을 가미한 것이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입맛을 적당히 잘 잡아준다. 고르곤졸라는 도우에 아몬드를 섞어 고소함을 더했고, 가운데에는 특이하게도 무순이 올라가 있다. 느끼함을 잡으려는 시도 같은데 고르곤졸라는 느끼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그다지 어울린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그래도 맛은 좋다.
다음은 논란의 빠네와 치즈그라탕. 잭은 본디 빵과 걸쭉하고 느끼한 크림파스타의 조합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차치해도 홍수를 이룬 묽은 크림소스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크림소스에 대한 저마다의 맛의 가치관(?)이 있겠지만, 잭은 뻑뻑할 정도로 농밀한 크림을 좋아한다. 크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고릿한 냄새가 날 정도로 진한 소스를 좋아하는데 이집은 크림이 일단 묽다. 치즈와 우유의 비례 면에서 치즈 쪽으로 많이 기우는 것을 선호하는 일인으로, 이집 빠네는 좀 많이 아쉽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치즈그라탕은 플레이팅이 아쉽다. 온도를 살리기 위해 뚝배기를 썼는지 모르겠으나 정통은 이런 뚝배기가 아니란 말이다. 돌솥비빔밥도 아니고 참 멋 떨어진 달까. 맛은 진한 케찹 맛에 치즈가 입혀져 있는 정도? 아참, 전반적으로 이 집은 플레이팅을 포기한 듯했다. 매우 착한 가격에 플레이팅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천만에. 요즘은 합리적인 가격에 전문적인 솜씨를 갖춘 집들이 많이 생겨났다. 다시 말해, 음식 맛은 나쁘지 않고 일부 메뉴에 한해서는 상당히 괜찮았으므로 근처를 지나다가 생각나면 들려도 좋을 것 같은 집이란 말씀!